
미국이 중국 해운사를 정조준한 견제 조치를 내놓으면서 한국 해운업계가 예상 밖의 기회를 만났다. 미국 정부가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추진하는 고율의 수수료 부과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HMM이 미주 노선에서 자리를 넓히고 해운업의 판도가 다시 짜일 가능성이 크다.
美中 견제에 HMM 반사이익 챙길까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대상으로 입항 시 최대 15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박당 최대 100만달러(약 14억원), 용적물 톤당 최대 1000달러(약 144만원)의 비용이 추가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선사들의 미주 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운임 부담이 커지면 중국 선사들이 미주 노선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조치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업체로는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거론된다.
HMM은 중국산 선박 비중이 낮아 이번 조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글로벌 1위 해운사 MSC의 경우 선박 중 25%가 중국산이지만, HMM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의 규제가 실제 적용될 경우 HMM이 중국 선사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미주 노선 확대 속도 내는 HMM

HMM은 이미 미주 노선 강화 전략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주 노선 매출 비중은 전체의 40%를 차지하며 주요 노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달부터는 대서양을 통해 유럽과 미주를 연결하는 신규 노선 운영도 시작했다.
중국 선사들이 미주 노선에서 밀려날 경우, 해당 물량을 HMM이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HMM이 미주 노선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미국의 조치가 HMM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595포인트까지 떨어지며 2024년 초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운임이 추가 하락할 경우 중국 선사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저운임을 무기로 시장을 지킬 가능성이 있다. HMM이 미주 노선에서 기회를 얻더라도,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지는 운임 시장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조치가 글로벌 해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HMM이 미주 노선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류제현 미래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조치가 시행될 경우 HMM은 해운 운임 하락세 속 상대적 실적 선방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HMM 등 비중국 선사는 수요 증가에 따라 수수료 등 단가 하락 폭이 적을 것으로 보이며 실적 하락폭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