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법원이 양측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조정기일을 다시 열기로 하면서 향후 최 회장의 직접 출석 여부와 재산분할 범위를 둘러싼 공방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오전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첫 조정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조정은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양측 당사자가 모두 출석할 수 있는 날짜를 다시 조율해 추가 조정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노 관장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직접 출석했지만, 최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리인단만 보냈다. 조정 종료 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이상원 변호사는 "최 회장이 출석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시일로 다시 기일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단순한 대리인 중심 절차보다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합의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정 절차는 일반 재판과 달리 당사자 의사와 태도가 중요한 만큼 최 회장의 직접 출석 여부 자체가 향후 협상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선친에게 물려받은 특유재산인 만큼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 관장 측은 혼인 기간 동안 SK그룹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한 만큼 지분 역시 분할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2심 판단은 크게 엇갈렸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지분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인정하며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재산분할금은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규모 재산분할 판결이었다.
당시 항소심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측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노 관장 측 기여도를 인정하며 재산분할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불법 자금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심 판단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실제 SK그룹 성장 과정에 쓰였더라도 뇌물 성격의 불법 자금인 만큼 재산분할 기여 요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최 회장이 혼인 파탄 이전 친족과 재단 등에 증여하거나 반납한 일부 재산 역시 단순 은닉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유지 과정의 처분 행위로 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조계 일각선 "가사소송에 형사 논리를 끌어들인 전례 없는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지급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SK㈜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보유 재산 가운데 실제 분할 대상 범위와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이후 최 회장이 2015년 혼외자 존재를 공개,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합의가 무산되자 최 회장은 2018년 정식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노 관장 역시 2019년 맞소송에 나서며 최 회장 보유 SK 지분 절반가량과 위자료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