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이 이달 중 마지막 영구채 7200억원을 조기 상환합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2020~2021년 해운업 위기 당시 수혈받은 총 3조5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2년 만에 모두 갚는 것인데요.
다만 빚 청산과 동시에 국책기관 지분율은 더욱 높아지면서 HMM의 소유 구조가 정부 중심으로 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빚은 갚았지만 정부 굴레는 더 심화하는 것이죠.
빚은 줄었는데…더 커진 매각 숙제
HMM의 영구채 상환은 재무적으로는 완전한 정상화 국면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연간 200억원 안팎의 이자 비용이 줄고, 부채비율도 낮아지죠. 유동성 여건도 한층 여유로워집니다.
상환 대상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 성격의 영구채입니다. 전환권이 행사되면 산은 지분율은 33.73%에서 36.02%, 해진공은 33.32%에서 35.67%로 각각 상승합니다. 합산 지분율은 67.05%에서 71.69%로 늘어납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6월 2000억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율을 59.1%에서 61.3%로 올린 데 이어 같은 해 10월 6600억원어치를 전환해 67.05%까지 높였습니다. 이번 전환권 행사 시 두 기관의 합산 지분은 72%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HMM 매각 가격은 더욱 높아지게 됐는데요. 지난 7일 HMM의 시가총액은 16조790억원을 기준으로 전환권 행사 시 산은·해진공의 합산 지분율이 70%선으로 뛰면서 해당 지분가치는 11조5000억원에 육박합니다.
결국 지분 가격 자체가 높아진 만큼 인수 주체에겐 부담이 큽니다. 막대한 자금 여력 확보는 물론 정부와의 경영권 협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분율이 이미 70%를 넘는 상태에서 정부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인상을 줄 경우 매각 협상은 시작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금융 회수는 마무리되지만 민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분 줄여야 출구 열린다

투자은행(IB) 등 시장에서는 산은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HMM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각 시점 전까지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HMM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최근 HMM은 연내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밸류업을 위한 결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정비 신호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환원 계획으로 정부 지분 확대에 따른 희석 우려 일부가 상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주환원 계획 중 2024년 결산 배당으로 약 5286억원이 이미 집행됐다"며 "연중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4월 만기 도래하는 산은·해진공의 전환으로 유통 주식 수가 10% 늘더라도 대부분 상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