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올해 들어 유럽 시장에서 연이은 낭보를 전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핵심 국가 전력시장에서 연달아 수주를 성공시키면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송전기업 '스코티쉬 파워'와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 송전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1분기 수주 잔고만 10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도 유럽 핵심 국가들에서 꾸준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찌감치 AI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흐름을 읽어낸 조현준 회장이 혜안도 적중했다는 평가다.

① 불확실성 뛰어 넘었다
효성중공업의 연이은 낭보는 최근 전력 관련 신규 프로젝트가 연이어 중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면서 주목받는다.
지난 2023년 이후 글로벌 전력 시장에서 적지 않은 수의 프로젝트들이 중단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과 금리 등이 안정화 되고 있긴 하지만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전력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보니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아울러 최근까지 진행되던 전력 발전 사업의 경우 '친환경' 혹은 '저탄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대되면서 지원금 등도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의 애틀랜틱 쇼어스 사우스, 영국의 혼시어, 호주 문라이트 풍력발전소 프로젝트 등이 연이어 취소됐는데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게 핵심 사유로 꼽힌다. 효성중공업 역시 영국 혼시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와 맺었던 변압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시장 규모 축소에도 연이은 수주에 성공했하며 기술 경쟁력을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다.

② 서유럽 중심 계약의 의미
주요 수주 계약이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서유럽 시장의 경우 유럽 내에서도 선진국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사회 및 경제가 발전한 만큼 높은 품질이 담보돼야 하고 납기 조건 역시 빡빡하다. 진입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건데 이를 넘어설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효성중공업이 서유럽 주요 국가들을 뚫을 수 있었던 데는 전력 시장에서 쓰이는 초고압 변압기와 리액터라는 장비들과 관련해 높은 기술력을 갖춘 덕분이란 분석이다. 초고압 변압기는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할 때 필요한 장비고 리액터는 전력 시스템에서 전압을 안정화 시켜주는 장비로 전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핵심으로 분류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992년 국내 최초로 765kV(킬로볼트)의 초고압 변압기를 개발한 데 이어 199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800kV 가스절연개폐장치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이분야에서 꾸준히 기술력을 닦아왔다.
단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수주 기업 국가 상황 등에 맞춰 현지화와 맞춤형 솔루션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고객사와 신뢰를 쌓아온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글로벌 테크 펀드는 전력 솔루션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조현준 회장의 효성중공업 지분 일부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실적에서도 증명됐다. 올해 1분기 효성중공업의 매출은 1조761억원, 영업이익은 102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3% 늘었고 영업이익은 82.2%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건설부문의 부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진 가운데 변압기 등 중공업 분야에서의 유럽 등 핵심 해외 거점 지역의 수주 확대가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③ AI 수요 일찌감치 꿰뚫어봐
효성중공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현준 회장의 혜안도 돋보인다. 조현준 회장은 인공지능 산업 활황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관련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연이어 주문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오픈 AI의 Chat GPT가 AI 열풍에 기름을 부으면서 확신이 됐다. AI 산업은 '전기'를 사용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키는 게 핵심으로 전세계적인 전력 수요 확대를 이끄는 핵심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AI 등 디지털 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센터가 쓴 전력량의 규모는 240TWH(테라와트시)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전력 소비량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재에는 이 소비량이 더욱 늘어 약 2배 가량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조현준 회장은 Chat GPT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2023년부터 AI를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주사인 효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AI 중심의 투자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6월 효성벤처스를 통해 AI 스타트업 기업에 4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현준 회장은 앞으로도 전력 수요 확대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효성중공업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은 최근 유럽 수주 발표 후 "당사의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전략이 빚어낸 결실"이라며 "앞으로 AI산업 성장에 발맞춰 전세계 전력시장의 핵심 전력기기 공급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