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자회사들이 수난시대다.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HMM은 대선정국에 본사 부산이전 이슈에 휩싸였다.
특히 대상 회사들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산업은행 품에 있는 곳들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과 함께 HMM 본사 부산이전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산업은행 골칫거리 KDB생명
산업은행은 올초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 동안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KDB생명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자본시장법 상 해당 사모펀드 존속기간이 도래(15년)하면서 청산해야 하는 까닭이다. 사모펀드 청산 후 KDB생명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 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현안이었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에 성공한 후 KDB생명도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있는 매물로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실사 후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며 무산됐다. 당시 KDB생명의 부실한 재무 건전성이 매각 무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올 1분기 말 기준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KDB생명 자산총계는 17조8540억원, 부채총계는 17조9888억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1348억원 더 많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계약을 시가로 평가하고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 추가 인하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KDB생명은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보험 계약자의 보장 유지, 보험금 지급 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KDB생명 "자본잠식, 회계제도 영향…지급능력 없는 것 아냐"(5월19일)
KDB생명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65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DB생명에는 이미 1조50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 규모나 일정은 미확정이지만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우선 회사를 정상화하고 경영권 매각은 추후에 논의될 일"이라고 말했다.
산은 대신 HMM 본사 부산이전?
윤석열 정부에선 산업은행은 본점 부산이전 이슈가 지속됐다. 노조 반대와 함께 직원들의 줄퇴사로 인한 경쟁력 약화 등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번 대선 정국에선 산업은행 비연결 자회사인 HMM이 부산이전 이슈에 휩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산업은행 본점 대신 HMM 본사 부산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까닭이다.
이재명 후보가 HMM 본사 부산이전 공약을 추진한 배경에는 HMM이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이 자리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추가 전환하면서 HMM 지분율이 각각 36.02%, 35.67%로 이전보다 2.29%포인트, 2.35%포인트 상승했다. 두 곳의 지분율은 71.69%에 달한다. ▷관련기사: 이재명 "HMM 부산 이전, 직원 동의"…팩트체크해보니(5월14일), [인사이드 스토리]HMM 영구채 전액 상환의 '득실'(4월8일)
HMM이 상장사인 만큼 본사 이전을 위해선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지만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해진공 지분이 높아 정부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석훈 회장은 2년 전부터 HMM 매각 속도전을 강조해왔다. HMM 주가 변동에 따라 산업은행 자본비율(BIS)이 영향을 받아서다. 국책은행 역할을 위해선 안정적인 자본비율이 중요한 만큼 HMM 경영권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강 회장 생각이었다.
이에 2023년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경영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본점 부산이전 대상이던 산업은행 대신 HMM이 부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HMM에 대한 실질적 관리는 해진공이 맡고 있어 산업은행은 HMM 경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정부가 추진하면 (HMM 본점을 부산으로 하는 게)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