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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메리츠가 불지핀 '손해율 논란', 정답 있을까?

  • 2025.05.20(화) 10:18

김용범 부회장 경쟁사 저격?…"손실 미래에 떠넘겨"
보수적 가정 메리츠도 '예실차'에선 쏠쏠한 이익
금감원 "패턴 다를 수 있어…예실차는 '0' 수렴 이상적"

최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실적 콘퍼런스콜(IR)에서 보험사의 '손해율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험업계가 한바탕 떠들썩했습니다.

김 부회장이 제기한 문제는 보험사들의 장기보험 손해율 가정이 제각각이고, 실적 손해율(실제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의 연계성이 현저히 떨어져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손해율보다 예상 손해율 간의 차이가 너무 큰 '비합리적인 추정'은 보험사가 단기에 이익을 실현해 손실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게 된다고 우려한 겁니다. 한 마디로 차이가 너무 크면 '실적 부풀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보험업계는 손해율을 무조건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손해율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필요합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1만원짜리 보험을 팔았는데, 이 중 5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면 이 보험의 손해율은 50%가 되는겁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상 실제 손해율은 지난해 실현된 손해율을 의미합니다. 예상 손해율은 직전 5개년도의 손해율을 바탕으로 보험사가 보험 만기인 30년 이후까지 추정한 미래 손해율이에요. 예상 손해율을 추산할 때는 통계적 정확도를 높여 최선의 추정을 하기 위해 5개년치의 손해율을 반영하게 돼있습니다. 

예상 손해율 '낙관적 추정', CSM 증가 요인 

우선 실제 손해율보다 예상 손해율을 낮게 잡는 낙관적 가정을 적용하면 보험계약마진(CSM)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CSM은 보험 계약의 미래 수익을 계산해서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한 것입니다. 앞으로 벌 돈인데 당장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고 모두 부채로 인식한 뒤 보험 기간에 걸쳐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합니다.

CSM을 이해하기위해서는 최선추정부채(BEL)와 위험조정(RA)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해요. 우선 BEL은 보험사가 예상하는 미래 지급 보험금을 의미하고요. 보험사는 이를 아예 '나갈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BEL에는 손해율이나 사업비율부터 인플레이션확률 등 거시적 가정까지 포함합니다. 

이렇게 가정과 추정에 따라 현금흐름을 산출하면 해당 현금흐름이 금액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어요. 그 부분을 별도로 측정해서 부채로 쌓아놓는 부분을 RA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종의 '충당금'입니다.

예를 들어 A보험사가 경기도 좋지 않고 손해율도 높고 보험금도 많이 나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럼 앞으로 들어오는 보험료는 적은 반면 나갈 보험금은 많겠죠. 그래서 A보험사는 BEL을 보수적으로 잡아 건강보험으로 걷어 들일 보험료가 1000원인 반면 나갈 보험금이 800원이라고 산정했어요. 그러면 200원이 남습니다. 보험계약 중 미래의 이익이 예상되는 부분이 CSM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200원이 CSM입니다. 

그런데 막상 지나보니 850원이 지출된거예요. 이 50원의 차이를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A보험사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야겠지요? 50원을 RA로 적립해둘 수 있습니다. 실제 보험금이 800원보다 덜 나가면 RA는 CSM과 같이 이익으로 잡힐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상 손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가 향후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BEL)이 적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만큼 CSM이 많이 남는 구조가 됩니다. CSM 양 자체가 늘어나면 회계 기간에 반영되는 순이익을 높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입자들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낮을수록 양이 늘어나서 장기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보험사일수록 유리한 이유죠. 

김 부회장이 "실제 손해율 대비 예상 손해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면 당장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리면 '장기 상품 수익성'이 높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고 가격 할인을 통한 매출 증대의 유혹을 일으켜 출혈 경쟁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주요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실제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 차이를 살펴보면 예상 손해율을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곳은 KB손보(15.1%포인트)였습니다. 

이어 △메리츠화재(13.8%포인트) △삼성화재(8.2%포인트) △DB손해보험(7%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현대해상이 -2.5%포인트로 예상 손해율을 실제 손해율보다 낙관적으로 추정했습니다. 

업계 "보수적 가정이 정답 아니야"

그런데 보험업권은 이를 예실차 측면에서 보면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메리츠화재는 회사가 강조하는 보수적 가정으로 되레 '예실차 이익'을 많이 내 쏠쏠하게 재미를 봤기 때문입니다.

BEL과 CSM은 상관관계예요. BEL을 너무 보수적으로(보험금, 사업비 등이 많이 나갈 것으로) 가정하면 미래 이익인 CSM이 다소 작게 잡힙니다. 아까 받은 보험료 1000원중 나갈 보험금(BEL)을 보수적으로 가정해 900원으로 계산하면 CSM이 100원밖에 남지 않을 테니까요. BEL을 더 낙관적으로 가정해 400원으로 가정하면 CSM은 600원으로 더 커지겠죠?

예상 지출을 높게 가정해 CSM을 적게 추산하면, 실제 지출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당기에 바로 예실차로 인식할 수 있다고 앞서 언급했었어요.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면 이익을 당겨쓴다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죠.  

실제 삼성생명 IR에서도 이런 보수적 계리 가정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미래에 나갈 보험금인 BEL를 보수적으로 많이 쌓아 CSM을 적게 추산하는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예실차가 0에 가깝게 최선의 추정을 해서 부채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예실차는 회사 외형에 따라 크기가 크거나 작을 수 있습니다. 여러 회사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실차가 얼마나 났느냐를 금액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예실차 비율로 비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예실차 비율을 ±5%로 권고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실제 보험사들의 예실차 비율(예상손해율-실제손해율)을 살펴볼게요.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예실차 비율은 9.3%포인트로 주요 손보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뒤이어 △KB손보(6.3%포인트) △DB손보(4.3%포인트) △삼성화재(2.7%포인트) △현대해상(-3.6%포인트)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보수적인 가정은 예실차 이익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메리츠화재의 높은 예실차 이익도 이러한 영향으로 해석될 수 있고요. 메리츠화재 2023년 결산 IR 당시에도 "예실차 규모가 꽤 컸다"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어요.

이에 대해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손해율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가정이 이전보다 손해율이 낮은 방향으로 개선됐다"며 "예실차는 현재 20%대에서 한 자릿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어요.

그렇다면 금감원 생각은요?

금감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선 손해율 가정과 관련해서는 "예상 손해율만 봤을 때는 각 회사의 포트폴리오가 달라 상이한 '패턴'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손해율과 예상 손해율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 사실 올해 실제 손해율이 좋지 않았다고 해서 당해 연도 만으로 예상 손해율을 잡는 게 아니다"라며 "직전 5개년을 기반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특정 연도 하나만 놓고 예상치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해율 패턴 자체'를 봐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손해율 기울기 패턴이 적정한지를 보려면 각 회사가 어떤 상품을 가지고 있는지, 실손 보험 비중이 크다면 세대별 비중은 어떤 구성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여러가지 패턴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예실차와 관련해서는 "예실차가 작은 것, 0에 수렴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찌됐든 김용범 메리츠 부회장이 쏘아올린 공은 한동안 보험업권을 뒤흔들 텐데요. IFRS17의 핵심은 자율적인 회계 추정을 통해 각 보험사가 보유한 상품 구조와 위험 특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IFRS17은 도입 초기잖아요. 업계가 당장 서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추이를 지켜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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