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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17이 바꾼 손보사 포트폴리오…메리츠화재 차보험 '간보기'?

  • 2024.09.03(화) 09:36

돈되는 보장성보험 반년만에 전년 실적 점프
꺼리는 저축성보험 보유 2.0%→1.8%→1.5%
메리츠화재, 차보험 디마케팅서 선회?…눈치작전

지난해 새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5개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돈 안되는 장기저축성보험을 큰 폭 줄인 반면 실적에 유리한 장기보장성보험은 늘렸다. 자동차보험 디마케팅(고객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전략을 지속했던 메리츠화재는 영업 확대 '간보기'에 돌입했다. 

5개 주요 손해보험사 보유계약 건수 변화/그래픽=비즈워치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장기보장성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2022년 말 6984만1000건, 작년 말 7517만7000건, 올 상반기 7815만3000건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장기보장성보험 '힘'준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작년 말 총 보유 건수보다 4.0%(297만6000건) 늘어나며 지난해 연간 계약 실적을 6개월 만에 뛰어 넘었다. 장기보장성보험이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 상반기 70.6%로 지난해 말(69.7%)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DB손보(1723만4000건) △삼성화재(1705만7000건) △현대해상(1620만8000건) △메리츠화재(1483만9000건) △KB손보(1281만4000건) 순으로 보유계약이 많았다. 

손보사들이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건 IFRS17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는 데 가장 유리한 상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암·건강 같은 장기보장성보험은 수수료가 큰 데다 납입 기간이 길다. 

실제로 장기보장성보험 보유계약 건이 많은 회사들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보험사들은 "장기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도 건강보험(장기보장성보험)을 시장 지배력 확대에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보고 신상품·신담보 개발을 이어간다는 입장도 밝혔다.▷관련기사 : 대형 손보사 실적 파티…중소형사는 뒷걸음질(8월16일)·차 보험료 3년 연속 인하에 전기차 악재…고민 깊어진 삼성화재(8월14일)

저축성보험 아예 접는 곳도

이와 반대로 실적에 도움이 안되는 저축성보험은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5개 대형 손보사의 장기저축성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2022년 201만건→2023년 183만8000건→올해 상반기 166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1.5%로 지속 하락했다.

IFRS17은 장기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한다. 만기 때 고객이 낸 보험료 이상의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로선 많이 팔수록 내줘야 할 비용으로 인식해 그만큼 충당금을 쌓는 등 회계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결국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장기저축성보험 영업을 접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삼성화재는 올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DB손보는 올 상반기 기준 장기저축성보험 보유계약 건수가 18만9000건으로 전년말보다 37.2% 줄었다.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 중 차지하는 비중도 0.8%로 쪼그라들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보유계약이 9만8000건에 불과하다. 5대 손보사 중 가장 적다.  

메리츠화재 차보험 전략 선회?

2014년 손보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보험 디마케팅 전략을 펼친 메리츠화재가 올해 들어 보유계약 건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보험 계약은 지난 2022년 101만5000건에서 2023년 98만3000건으로 3.2% 줄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98만9000건을 기록하며 전년 총 보유계약건을 추월한 상태다. 

메리츠화재가 간보기를 시작한 건 자동차보험 사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통행량이 줄고 엔데믹 이후에도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경쟁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환자 과잉진료 방지 등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도 보험사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메리츠화재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매년 21조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손해율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리스크가 상존했다"며 "제도 개선 및 반자율 주행과 같은 운전보조장치 기술 발전으로 낮은 손해율이 예상되면서 관심을 갖는 보험사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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