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빙그레가 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 140%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회사 측은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을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 "불경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것은 맞지만 당초 정해뒀던 목표치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과급 대신 격려금
업계 등에 따르면 빙그레는 올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격려금 규모는 일반 사무직 기준 통상급여(월급)의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규모는 직무와 직급에 따라 상이하다.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4630억원, 영업이익 1313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매출은 4.9%, 영업이익은 17%나 늘었다. 2021년 2.3%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도 2023년 8%를 회복한 데 이어 지난해엔 9%로 더 올랐다.

특히 이번 호실적은 지난해 내내 지속된 원재료 가격 인상과 경기 불황 속에서 이뤄낸 실적이라 더 눈에 띈다.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늘상 적자를 내는 비수기인 4분기에 흑자전환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빙그레는 사상 최대 실적에 맞춰 직원들에게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 S등급의 경우 기본급의 400%, A등급의 경우 28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기본 등급인 B등급도 140%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엔 당초 목표인 영업이익 14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으로 항목이 바뀌었다. 규모도 크게 줄었다. 이에 빙그레 내부에서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7% 이상 늘어났음에도 과도하게 높은 목표치를 설정한 탓에 직원들에게 돌아갈 성과급 규모가 줄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회장님은 올해도 배당잔치
반면 김호연 빙그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올해에도 수십억원대의 배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는 최근 배당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2년까지 꾸준히 주당 1400~1600원의 배당을 해 왔던 빙그레는 2023년 배당금을 주당 26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이에 따라 120억~130억원 수준이던 배당금 총액도 230억원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건 이 배당금의 상당수를 김호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수령한다는 점이다. 빙그레는 김호연 회장이 36.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재단법인인 김구재단과 현담문고가 각각 2.03%, 0.13%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의 자녀인 김동환 사장, 김동만 본부장 등 3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제때'가 1.99%를 갖고 있다. 2023년 배당한 230억원 중 94억원이 김 회장 일가에게로 돌아가는 셈이다.

올해 빙그레는 전년보다 27% 많은 주당 3300원의 고배당을 예고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292억원이다. 빙그레는 현재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5~35%를 배당하는 배당정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보다 이익이 개선됐으니 배당도 늘린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르면 김 회장은 올해 배당금으로만 119억4000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13일 자신이 보유했던 한화 지분 약 0.16%를 전량 매도, 48억8302만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말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LG한강자이 아파트를 신고가인 64억원에 매수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적으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성과급 대신 격려금을 지급하면서 오너일가는 배당금을 늘려 100억원 이상을 수령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이냐 오너냐에 따라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져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 공식처럼 영업이익 증가에 따라 맞춰 지급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성과급 규모는 줄어드는데 오너의 배당이 늘어난다면 직원들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