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K뷰티' 이어 'T뷰티'까지…코스맥스, 동남아 1위 노린다

  • 2026.06.02(화) 16:33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법인장 인터뷰
후발주자임에도 매출 급성장…올해 1000억 목표 '4위권' 도전
6개월 후 트렌드까지 먼저 읽어...풀서비스로 T뷰티 키워
제조·브랜드·유통 잇는 뷰티 플랫폼으로 태국 1위 도전장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법인장. / 사진=코스맥스

[방콕=정혜인 기자] 태국 방콕의 대형마트 화장품 코너나 화장품 편집숍을 찾아가면 낯선 풍경을 볼 수 있다. 진열대를 가득 채운 제품이 병도, 튜브도 아닌 '스파우트(파우치)'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에나 쓸 법한 스파우트에는 스킨, 로션 같은 스킨케어 제품부터 립글로스 같은 메이크업 제품까지 다양한 화장품이 담겨 있다.

낯선 것은 제품 타입뿐만 아니다. 스파우트를 뒤집어보면 낯선 제조사 이름들이 빼곡하다. 그만큼 태국은 현지 ODM 기업들이 50년 이상 뿌리를 내린 성숙한 화장품 제조 강국이다. 이 시장에 세계 1위 화장품 ODM 기업인 코스맥스가 뛰어든 건 2018년이다.

당시 코스맥스는 상위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후발주자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콕에서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법인장을 만나 코스맥스의 태국 시장 공략기에 대해 들어봤다.

후발주자의 역전

코스맥스가 태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은 이곳이 동남아 화장품 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태국 화장품 시장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일찍이 동남아에서 가장 성숙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태국의 전국 평균 1인당 소득은 약 7000달러 수준이지만 주요 소비층이 밀집한 방콕만 놓고 보면 1만9000달러에 달한다. 소비 여력이 높은 도시 중산층이 뷰티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강 법인장은 "태국 소비자들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비해 본인을 꾸미고 표현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라며 "화장품 시장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토대가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태국이 동남아 중심부에 위치한 문화 강국이라는 점도 화장품 시장 성장에 힘을 보탰다. 태국은 오랜 시간 주변국에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나라다. 태국에서 자리를 잡은 브랜드는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인근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뻗어나갈 수 있다.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법인장이 지난달 27일 방콕 코스맥스 태국법인 사무실에서 태국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그만큼 태국 화장품 시장 내 경쟁은 치열하다. 흔히 태국을 '관광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관광업 비중을 크게 웃도는 '제조업의 나라'다. 일본 기업들이 수십 년 전부터 이곳에 생산 기지를 세우면서 제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그 기반 위에서 화장품 제조업도 함께 성장 해왔다. 

세계 1위 ODM 기업인 코스맥스도 태국 공략은 쉽지 않았다. 태국 화장품 시장에는 이미 일본 자본으로 설립된 50년 역사의 마일롯(Milott Laboratories)을 비롯해 S&J인터내셔널·ILC가 압도적인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도 크고 작은 현지 제조사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강 법인장은 "태국은 뷰티 제조 인프라가 오래전부터 탄탄하게 구축된 나라다보니 그만큼 후발주자가 치고 올라가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면서 "처음 진출했을 때는 상위 20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최근 코스맥스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최근 3년간 성장세가 높다. 2021년 199억원에 머물렀던 태국법인의 매출은 2023년 255억원으로 반등한 뒤 2024년 435억원, 지난해 731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코스맥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등의 무기

이 같은 역전을 이뤄낸 데는 '브랜드를 함께 만든다'는 코스맥스만의 전략이 있었다. 강 법인장은 "태국법인의 성장에는 운도 따랐겠지만 가장 큰 건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사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맥스 태국법인의 역할은 단순 제조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객사가 세럼 개발을 요청하면 세럼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을 먼저 함께 공부하고 제품 기획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풀서비스'를 제안한다.

강 법인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한국 뷰티 브랜드 절반 이상을 코스맥스가 생산한다"며 "수많은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니 6개월 후 무엇이 유행할지 먼저 읽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하는 '니즈'까지 먼저 제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콕의 대형마트 빅씨에서 판매중인 스파우트 타입 제품들. 코스맥스의 고객사 시짱의 제품도 진열돼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태국 로컬 브랜드 시짱(SRICHAND)이다. 시짱은 60년 역사를 지닌 메이크업 브랜드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파우더다. 코스맥스는 시짱에 스킨케어 브랜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60년 업력의 메이크업 브랜드 입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코스맥스는 시짱 측에 '현재 소비자들의 화장품 사용 루틴에서 파우더가 들어갈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파우더 같은 제품을 고집하면 결국 브랜드가 기존 고객과 함께 늙어가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시짱은 코스맥스와 함께 스킨케어 라인을 새롭게 설계했다. 브랜드 대표 색깔도 기존 보라색에서 파란색 계열로 바꾸는 등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체를 탈바꿈했다. 이런 방식으로 시짱은 최근 3년 사이 태국 로컬 시장의 스타 브랜드로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

코스맥스의 또 다른 강점은 유통까지 포함한 원스톱 서비스에 있다.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현지 리테일러 연결과 매장 입점까지 직접 지원한다. 강 법인장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낯선 시장에서 유통망을 직접 개척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면서 "코스맥스는 그 과정을 함께 풀어나가는 파트너가 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T뷰티를 키우다

코스맥스는 태국 시장만의 'T뷰티'를 키우는 일도 자처하고 있다. 태국 화장품 시장은 한국과 일본, 또 최근 떠오르는 중국 시장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를 다시 자기만의 것으로 재해석한 T뷰티로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강 법인장은 "태국 화장품 시장은 K·J·C뷰티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그것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점점 더 뾰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며 "그 변화의 중심에서 코스맥스가 태국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이런 T뷰티만의 특성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스파우트 타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스파우트는 납작한 팩 타입의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 뚜껑을 돌려 짜서 쓸 수 있도록 한 제품을 말한다. 인기 아이스크림 '설레임'이 대표적인 스파우트 타입 제품이다.

코스맥스 태국법인 공장에서 생산 중인 스파우트 타입 제품. / 사진=코스맥스

이런 제품이 태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 유통 구조 때문이다. 태국에서는 전국 1만4000여 개에 달하는 세븐일레븐이 화장품의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스파우트 타입은 작고 납작해 편의점 진열에 최적화된 데다 본품보다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 접근성이 높다.

그는 "태국에서는 어떤 단일 브랜드가 스파우트 제품 하나로 연간 800억원 이상을 팔 정도로 스파우트 제품이 인기가 높다"면서 "접근성 면에서 어떤 유통 채널도 세븐일레븐을 따라오기 어렵다보니 스파우트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가 T뷰티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태국이라는 생산 거점 자체에 있다. 코스맥스는 태국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두고 직접 생산하고 있다. 코스맥스 태국법인이 만든 제품 라벨에도 'Formulated in Korea / Product of Thailand'라는 문구가 찍힌다. 세계 1등 코스맥스가 한국의 기술력으로 설계하고 태국에서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 태국 소비자들은 자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어서 현지 생산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코스맥스 태국법인은 오는 9월 신공장 가동도 앞두고 있다.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생산능력 확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강 법인장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코스맥스 그룹 내 23개 공장 중 가장 현대화된 공장이 된다"며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드는 공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뷰티 플랫폼으로

코스맥스 태국법인은 올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면 업계 4위권 진입이 가시화된다. 한때 상위 20위권 밖에 머물렀던 후발주자가 글로벌 1위의 저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코스맥스는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뷰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사와 유통사를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부가가치까지 만드는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코스맥스 태국법인은 이미 제조를 넘어 유통과 브랜드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태국의 한 여성이 지난달 28일 센트럴그룹 계열 쇼핑몰 로빈슨에 위치한 룩스 1호점에서 코스맥스가 생산한 룩스 PB '더메이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태국 센트럴그룹 계열의 대형 유통사 탑스(TOPS)가 새로 여는 뷰티 편집숍 '룩스(LŌŌKS)'에 코스맥스가 만든 PB 제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스맥스는 룩스 매장 전체 상품의 3분의 1을 직접 채우는 역할을 맡았다. PB 제품 공급을 넘어 매장 상품 기획과 소싱까지 참여하는 식이다.

강 법인장은 "동남아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코스맥스를 거쳐 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면서 "제조 생태계와 판매 생태계, 그리고 브랜드 생태계를 잘 엮어서 각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코스맥스는 태국 시장에서도 확고한 1위 ODM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강 법인장은 "한국의 인디 브랜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신생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며 "그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해 동남아에서도 독보적인 1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