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 수입하는 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 하루 만에 자동차에 한해 1개월간 관세 면제를 결정했다.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국내 완성차 업체는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다음 달 예고된 모든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품목 1위 자동차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한 신용평가사는 미국이 관세 25%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 이익이 8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 한달 여유 생겼다
5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멕시코·캐나다 수입 자동차에 한해 25% 관세를 1개월간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한지 하루만에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빅3'의 제안이 있다.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세 나라는 관세 없이 국경을 오가며 자동차 부품 제조부터 조립까지 해왔는데, 이번 관세 폭탄으로 무관세 공급망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 자동차 생산기지다. 이중 멕시코는 대미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다. 멕시코와 미국 간 관세가 없고, 인건비도 저렴해서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트레이드 맵(Trade Map) 자료를 인용, 지난해 멕시코가 미국에 자동차 296만대를 수출했다고 분석했다. 그 뒤를 한국(154만대), 일본(138만대), 캐나다(107만대) 등이 이었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은 기아다. 2016년 설립된 기아 멕시코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40만대다. 지난해 27만대를 생산했고 이 중 60%(16만2000대)가량이 미국에 수출됐다. 대표 차량은 준준형 세단 K4.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정성국 기아 전무는 "현재 멕시코에서 K4 한 차종 약 12만대가 멕시코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으로 관세 대응
기아가 관세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지만 다음 달에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에 대해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멕시코·캐나다 뿐아니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관세 25%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관세가 현실화되면 현대차·기아 전체로 관세 피해가 확산된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 판 자동차는 91만2000대로 2023년보다 4.8% 늘었다. 이 기간 기아는 전년동기대비 1.8% 는 79만6000대를 팔았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총 170만8000대를 판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발간된 '미국의 자동차산업 정책 방향과 그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게 되면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연간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 창출 규모가 8조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공장을 활용해 관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기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생산량은 35만6100대, 기아 조지아 생산량은 35만8000대다.
여기에 올해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도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조지아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30만대 수준으로, 작년 10월부터 시범 생산에 들어갔다. 본격 가동 수준으로 생산을 늘리는 램프업 시기가 지나면 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을 생산한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만 100만대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보편관세 10% 붙는 전제로 환율 효과가 뒷받침되면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며 "미국 생산비중이 60% 가까이 되는 만큼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성국 기아 전무는 "만약 멕시코에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선적을 추가적으로 한다던지, 목적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물량을 담당했던 국내 공장도 문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01만대가 넘는다. 미국 생산 비중을 늘리면 국내 생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현대차·기아 부담이 커지게 된다"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미국 생산이 늘게되면 장기적으로 미국내 경쟁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