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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속도로 붕괴사고 시공업체에 '도공 전관' 있었다

  • 2025.03.12(수) 18:44

도공 연구원장 출신 이모씨 장헌산업 감사 재직
국토부 업무정지 행정처분 받고도 재선임

최근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사고의 실질적인 시공업체에 한국도로공사 1급 출신 퇴직자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전관(前官)이다. 도로공사는 이 사업의 발주처이자 해당 구간 공사의 감리를 직접 맡고 있기도 하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 출신 이 모 씨는 9년째 장헌산업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 씨는 2016년 3월 장헌산업에 감사로 취임한 이후 2번의 재선임을 통해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도로공사에서는 조사 및 건설사업 총괄, 기술심사 등의 업무를 해왔으며 공사 산하 연구원장을 끝으로 2013년 퇴직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천용천교 붕괴 현장/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장헌산업은 2009년 설립된 토목건설 전문회사로 'DR거더 공법' 특화업체다. 이번 교량 붕괴 사고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천용천교 건설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인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깔아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가 무너지며 발생했다. 장헌산업은 거더 설치 공사작업을 실제로 진행한 업체다. 

이 사업은 도로공사가 발주한 것으로 해당 구간에서는 감리 책임도 함께 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해당 사업을 발주했고,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 57.2%, 호반산업 34.4%, 범양건영 8.4%)이 이를 수주했다. 총공사비는 2053억원, 공사 기간은 2019년 12월에서 2026년 12월까지 48개월이다. 

시공 책임사(원청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지만, 해당 현장의 실질적 공사는 하도급업체로 선정된 장헌산업이 맡았다. 장헌산업은 사고 당시 교량 상판 구조물인 거더 설치 작업을 진행했고, 런처(거더 인양 및 설치 장비)를 이용해 거더를 교각 위에 거치한 후 런처 철수 과정에서 거더가 붕괴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공사 출신인 이 모 감사는 2016년부터 장헌산업에 적을 두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건설기술경력 거짓신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업무정지 6개월(2018년 11월~2019년 5월)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고가 난 교량 공사가 시작되기 전 업무정지는 해제됐지만, 업무정지 시기 중(2019년 3월) 감사로 재선임됐다. 

도로공사 측은 시공업체 감사가 도로공사 직원 출신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설계공법 선정은 하도급업체에서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엄격한 절차로 진행된다"며 수주나 공법 선정 등에 퇴직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설계사 3곳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해 적합한 공법을 4~6개 추천 받고 내·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의위원회에서 심의와 가격 등을 합산해 최종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업체의 전관 인사 존재가 앞서 있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관 업체와의 유착 문제가 안전 및 부실 사고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LH는 직원들이 전관 업체로부터 금품과 접대를 받고 특혜를 제공한 사실과 검수·감독 업무 태만 등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하도급사인 장헌산업과 강산개발 등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장헌산업 관계자 1명은 엄무상과실치사상 협의로 형사입건된 상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공단 등이 사고현장 합동 감식했으며 관계기관 등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번 붕괴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나선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비롯해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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