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대신 잇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미분양으로 자금회수의 어려움을 겪는 데다가 그룹 지원을 비롯한 자금 수혈도 기대하기 어려워 채권단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삼부토건(71위)·대저건설(103위)·안강건설(116위)·대우조선해양건설·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6곳의 건설사가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는 법원에서 제3자를 지정해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워크아웃이 금융채권만 다루는 것과 달리 하도급 상거래채권도 법원 결정에 따라 청산될 수도 있다.
법정관리 외에 워크아웃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며 기업이 주도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 금융기관들인 채권단은 신규자금을 투입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서 회수액을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워크아웃에 동의한다. 과거에는 '은행관리'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올해 다수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비해 경영정상화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구조조정의 강도도 강한 법정관리를 택했다. 채권단과 협상할 여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이 있더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채권단과 협상할 여지가 있어 워크아웃이 유리하다"면서 "반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들은 채권단을 설득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6일 올해 가장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은 법정관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만기 2~3개월짜리 전자어음이 한꺼번에 몰려있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모든 금융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신동아건설 '워크아웃' 선택지 없었다?(1월10일)

최대 주주이자 경영 주체가 기업 경영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불투명한 곳도 있다. 삼부토건이다.
삼부토건 최대 주주이자 경영 주체였던 디와이디는 지난해 8월에만 5차례에 걸친 장내 매도로 지분율을 11.49%에서 3.48%까지 낮췄다. 이어 올해 1월31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삼부토건 관련 경영진이 모두 퇴임하면서 특수관계가 완전히 정리됐다고 밝혔다.
삼부토건의 전임 대표는 신규철 디와이디 경영지원본부장이다. 지난해 9월부터 삼부토건 대표를 겸임했지만 올해 1월 물러나고 삼부토건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오일록 영업본부장이 대표직에 올랐다.
법정관리에 나선 건설사들은 공통적으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은 장기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거나 적자누적으로 인한 자본잠식 등 불안한 재무구조을 갖추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삼부토건은 2020년 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로 매년 적자도 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규모가 1118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1281억원으로 전년(1110억원)과 비교했을 때 15.5% 늘었다.
적자 누적으로 재무구조도 흔들렸다. 삼부토건의 지난해 자본금은 2297억원인데 자본총계는 전년(1021억원) 대비 92.9% 급감한 72억5575만원에 그쳤다. 자본잠식률은 97%에 달한다. 부채총계는 2982억원이다. 전년도(4116억원)와 비교했을 때 28.9% 줄었지만 자본 감소 폭이 훨씬 컸다. 부채비율은 4035.0%로 전년도 말(403.0%)과 비교했을 때 3632%포인트(p) 올랐다.
삼부토건 측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공사대금 및 시행사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도 2023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50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돼 출자한 자본금을 다 까먹은,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신동아건설도 같은 기간 428.8%의 높은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사업장의 미분양 해소가 더뎠다. 신동아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정한 타운하우스(도시형생활주택 중 단지형연립주택) '신진주 역세권 파밀리에 피아체 1·2단지'는 지난해 4월 준공했으나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전체 104가구 중 83가구가 미분양 물량이다.
안강건설은 부채총계가 611억8710만원, 부채비율은 157.5%로 다른 법정관리 건설사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성곡동 물류센터 연대보증으로 시행사의 채무 830억원을 떠안았다. 임차인도 구하지 못하는 등 비용 회수에 어려움이 있었다. ▷관련기사 : 잘나가던 안강건설, 물류센터 PF 한방에 법정관리(2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