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법정관리) 돌입으로 단기채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과 어음의 판매 현황 자료를 요구했다. 신영증권과 한양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와 기업어음(CP)을 인수한 후 물량 대부분을 대형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과 법인에게 재판매했다.
궁지에 몰린 증권업계는 불완전판매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자 대책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당국, 불완전판매 여부 살핀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증권사들에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와 전자단기사채(STB), 카드매입채무 유동화전단채(ABSTB), 회사채를 개인·법인에 판매한 내역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자산운용사에도 운용 중인 펀드에 담고 있는 홈플러스 관련 채권 내역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CP, STB, ABSTB는 1년 미만 단기채로 약 6000억원이 개인, 법인에 판매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CP와 전단채 발행잔액은 4일 기준 1880억원으로 집계된다.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물건을 받고 지급하는 카드대금을 기초자산으로 둔 ABSTB의 발행잔액은 4000억원이다. 신영증권과 한양증권, BNK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아 인수한 뒤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과 법인에게 판매됐다. 대부분 직접판매 또는 랩어카운트·신탁 방식으로 팔려나갔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기업어음과 단기채 신용등급은 A3-등급에서 가장 낮은 D등급로 하락해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이에 단기채 판매와 관련이 있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이 지펴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판매사가 상품 구조나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투자자 성향에 맞지않은 고난도 위험 상품을 추천한 경우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
이에 당국도 구체적인 판매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섰다. 투자자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지만, 단기채 투자 피해규모를 고려해 미리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내역이 있지만 일반투자자, 전문투자자에 판매된 현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자료에서 불완전 판매 정황을 포착할 경우,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강등 알고도 자금조달" vs "예상못했다"
이에 홈플러스가 발행한 CP, ABSTB의 상당 규모를 주관한 신영증권 등 금융투자업계는 대책 회의에 나섰다.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등 신영증권이 주관한 단기채를 판매한 증권사, 운용사 20여곳이 참석했다. 이중 하나증권은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약 2000억원을 팔아 판매량이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신영증권과 홈플러스는 불완전판매 책임을 두고 맞서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주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접촉해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영증권 측은 홈플러스의 단기채 신용등급 하향 리포트가 나오기 3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도 CP를 발행했다는 점을 미루어, 홈플러스가 등급 강등 사실을 알고도 시장 자금조달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 창구로 판매됐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없다며,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직전에도 조달을 한 것에 대해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고, 형사고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며 "강경하게 진행해달라 요청하는 판매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사고소보다 가능한 긍정적인 방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재무지표가 개선되면서 이번 신용평가(2월 28일)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전부터 CP, 전단채, ABSTB를 통해 약 6000~7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해왔으며,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갑작스레 단기채 발행규모가 커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발행 채권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ABSTB나 CP를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며 "하나증권이 신영증권으로부터 ABSTB를 인수해 리테일 창구에서 재판매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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