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의 간암 신약(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달 중순 HLB의 간암 신약 허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HLB가 FDA의 허가를 받으면 미국 간암 시장에 이미 진출한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와 직접 경쟁하게 된다. 이들 기업과 비교할 때 HLB의 약물은 약효가 강하고 부작용 발생률은 높은 편이다. 다만 HLB는 부작용의 증상 관리가 대부분 수월하다는 입장이며 회사가 내건 목표 시장 목표 달성도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슈와 맞붙는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암 치료법과 정책 방향에 대한 표준을 제공하는 미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간암 1차 치료제 선호요법으로 등재된 약물은 두 가지다. 각각 '아바스틴·티쎈트릭',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이다.

HLB가 FDA로부터 간암신약 허가를 받으면 마주할 최대 경쟁상대는 로슈의 아바스틴·티쎈트릭 병용요법이다.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HLB의 약물과 같은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약효를 내는 방법도 비슷하다.
두 회사가 시행한 임상 3상 시험결과를 단순히 비교하면 HLB의 약물이 약효 측면에서 아바스틴과 티쎈트릭을 한 발 앞선다. 하지만 부작용은 아바스틴과 티쎈트릭 조합이 더 우수하다.
HLB의 신약을 투여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위값은 23.8개월이다. 반면 로슈의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의 OS 중윗값은 19.2개월이다. 중증 이상의 3~4등급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 비율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이 81%, 아바스틴과 트쎈트릭은 57%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임상을 중단한 환자 비율은 각각 24%, 16%다.
이러한 차이는 아바스틴과 리보세라닙의 서로 다른 작용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아바스틴은 암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통로(VEGF 신호전달경로)를 간접적으로 차단하는 반면 리보세라닙은 직접 억제한다. 리보세라닙이 VEGF 신호를 보다 강하게 저해하는 만큼 약효가 세고 이에 따라 부작용 발생률도 높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HLB 측은 리보세라닙의 부작용이 고혈압, 수족증후군 등 대부분 관리가 용이한 증상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로슈의 아바스틴은 위장관 출혈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리보세라닙보다 사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아바스틴과 티쎈트릭 병용요법은 지난 2022년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자 1년 만에 점유율 약 20%를 내어준 바 있다.
HLB 관계자는 "로슈는 아바스틴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인 장 출혈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실제 처방 후 위장관 출혈이 발생하며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이 무척 높게 나타났다"며 "우리의 약물은 비록 부작용 발생비율은 높지만 고혈압 등 대부분 관리가 가능한 가벼운 증상으로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새 위협 상대로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또 다른 간암 1차 치료제는 면역항암제 두 개를 함께 투여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이다. 두 약물은 임상에서 전체 OS 중윗값이 16.4개월로 HLB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HLB를 위협할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데이터가 나오며 안심하긴 이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여보이·옵디보' 병용요법은 임상 3상에서 전체 OS 중윗값 23.7개월을 기록했다. HLB의 약물(23.8개월)과 1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는 수치다. 반면 중증 이상 부작용 발생비율과 임상 중단비율은 HLB보다 큰 폭 더 낮았다.
이러한 이유로 간암환자에게 HLB보다 BMS의 약물의 임상적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한 학술 단체도 있다.
유럽 최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는 최근 HLB의 약물을 간암 치료제로 권고하며 전체 권고등급(A·B·C) 중 중간 단계인 B등급을 부여했다. BMS의 약물도 B등급을 받았지만 차이가 있다. ESMO 자문위원회 위원들이 BMS의 약물이 A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데 HLB(17%)보다 더 많은 표(34%)를 던졌기 때문이다.
HLB는 향후 BMS와 경쟁하게 되더라도 기존에 목표로 한 출시 3년 후 미국 시장 점유율 50%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바이오마커(생체지표) 발현도가 높은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고 약효 측면에서는 HLB의 데이터가 여전히 앞서고 있어서다.
HLB 관계자는 "전체 OS 중윗값만 보면 우리의 약물 데이터가 BMS보다 더 우세하다"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해 여전히 목표로 한 점유율 달성을 자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