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부동산 시장에 많은 일이 있었죠.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5년 만에 풀었고요. 국토교통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 등을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서울도 지방도 주택 시장 경기를 끌어올리는 부양책을 쓴 건데요. 그렇다면 시장의 반응도 비슷할까요?
일단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강남권 위주로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은 잠잠하기만 합니다. 17년 만에 미분양 직접 매입 방식이 재등장했는데도 시큰둥하죠. '그런다고 잘 되겠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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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부양해! 수요 진작책은?
그도 그럴 것이 이번 '2·19 지역건설경기 보완방안'에는 정작 수요 진작책이 쏙 빠져 있거든요. 수요자나 투자자의 매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투자 회사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해 운영하는 방안만 주로 담겼죠.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고요. CR(기업구조조정) 리츠는 상반기 중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이중 LH의 직접 매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2010년 활용한 방법입니다.
그야말로 즉각적인 효과를 볼 방안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에요. 하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한 지역 기반 건설사 관계자는 "매입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매입 가격이 낮으면 건설사들이 팔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원활히 추진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지방 악성미분양 '또' LH가 산다…답일까?(2월19일)
실제로 LH가 직접 매입하는 3000가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 2만1480가구의 14%에 불과합니다. 만약 한 지역만 집중 매입한다면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2674가구) 정도는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는 건 쉬울까요? 과거 LH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 분양가의 70% 이하에서 다량 매입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건설사가 이 정도 선의 가격에 집을 내놓을지 미지수입니다. 2008년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이 5만가구를 넘어설 정도로 극심한 한파였거든요.
그렇다고 가격을 후하게 쳐주는 것도 어렵습니다. 앞서 LH는 지난 2022년 준공 후 미분양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비교적 비싸게 샀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는데요. 당시 매입 가격은 최초 분양가의 85%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 안 산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죠.
그랬던 국토부가 이제는 필요하다면 LH의 직접 매입을 더 늘리겠다고도 했는데요. 계속해서 늘어나는 악성 미분양을 LH가 매수하는 것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울러 '역차별' 문제도 우려되고요.
지난해 LH가 기축매입임대를 공급한 물량은 전국 총 3541가구였는데요. 이중 수도권 물량이 2971가구로 83.9%에 달했습니다. 공급 대상은 대부분(79.6%) 청년과 신혼부부, 유자녀 가구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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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부터 살리자' 수도권 청년들은요?
전세사기, 높은 수도권 집값 등에 지친 청년들이 몰리면서 LH 매입임대 경쟁은 항상 치열합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이 잡힌 매입임대 5000가구 중 3000가구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써버리면요.
반대로 수도권 공급(매입) 물량은 확 줄 텐데요. 임대 수요가 훨씬 높은 수도권의 물량을 줄이는 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 지방 경기 살리자고 수도권 청년들의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죠.
결국 답은 '수요 진작'으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이번 대책에 담긴 수요 진작책은 디딤돌대출 우대금리 적용뿐인데요. 국토부는 내달 24일 이후 신청분부터 디딤돌 및 버팀목대출 금리를 지역 간 차등화하기로 했습니다.
두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되 지방은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했고요. 나아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금리를 추가로 0.2%포인트 인하해 주기로 했습니다.
다만 우대 금리에는 적용 상한 0.5%포인트와 자금별 4~5년의 적용 기한을 설정하기로 했죠. 이렇게 되면 디딤돌대출 금리는 기존 연 2.65~3.95%에서 우대 금리를 적용하면 2.15~3.45%까지 떨어질 텐데요.
일반 대출 상품에 비하면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지갑을 확 열 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아무리 지방 아파트라고 해도 '억' 소리 나니까요. 지방은 집값 침체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분양가가 상승세인데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지방(5대 광역시 및 세종시 제외) 신규 분양 아파트의 ㎡당 분양가는 462만3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습니다.
시장에선 세제 측면의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도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와 종부세를 산정할 때 1세대1주택자로 간주하는 등의 혜택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매수 움직임이 소극적이거든요. 원활한 주택 거래를 위해선 갈아타기, 임대 공급, 투자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취득세 및 양도세 등을 추가로 더 감면해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신축 분양 가격이 적정한지도 의문이고요.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자구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거든요. 더 실효성 있는 '묘수'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