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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악성미분양 '또' LH가 산다…답일까?

  • 2025.02.19(수) 15:25

[2·19 건설안정대책]
LH, 지방 악성미분양 3000가구 매입
LH 부담 적다고? '울며겨자먹기' 예상
'안 팔리면 정부가 사준다' 우려도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또다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등을 떠밀었다.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해 임대주택(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17년 만에 등장한 미분양 해소 방편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미분양, 얼마나 문제길래(2월19일)

기존에 잡아놓은 기축 매입임대 예산과 임대보증금 등을 재원으로 쓴다. 하지만 매입 가격을 크게 낮추기도 어렵고 임대 수요도 적을 것이어서 결국 LH의 재정 부담만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 팔리면 정부가 사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도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LH 본사 사옥 전경/자료=LH 제공

17년 전 '그' 미봉책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은 관계 부처 합동으로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LH의 미분양 매입 방안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지방 빈집 3천채 사들이고, 디딤돌대출 금리↓(2월19일)

LH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해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 든든전세주택은 최장 8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을 내고 거주하다가 분양 전환(6년부터 가능)이 가능한 임대주택이다.

올해 목표 매입 물량은 3000가구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총 2만1480가구다. 이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1만7229가구(80.2%)가 쌓여 있다.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의 17%가량을 사들이는 것이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직접 매입은 지난 2008년 시행한 방법이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이 5만가구를 넘어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8~2010년 준공 후 미분양 5만2000가구 수준일 때 7058가구(13.6%)를 매입했다"며 "이번 3000가구 매입은 현재로서 적지 않은 물량이고, 필요하면 추가도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입 지역, 분양가 등은 추후 확정한다. 다만 원칙은 임대 수요 등을 고려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역경매 등을 이용해 다수의 매물을 시세보다 30%가량 저렴하게 매입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LH의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3000가구 매입 비용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올해 예산을 확보해 놓은 기축매입임대 5000가구(약 5000억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입한 주택을 든든전세주택으로 공급하면 임대보증금을 받을 수 있고 분양 전환 시 분양대금도 받을 수 있어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축매입을 해야 하는 LH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구사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판단했다"며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출융자받은 재원이 있고 입주자 보증금도 받기 때문에 LH의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한 채당 1억원꼴' 아파트 있나? 

그렇다면 LH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벌써부터 여러 걸림돌과 한계 탓에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매입 비용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LH가 기축임대 예산 3000억원을 활용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가구를 매입할 거라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채당 1억원꼴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방 악성 미분양이어도 그보다는 비싸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계획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의 1평(3.3㎡)당 분양가는 1940만8000원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보면 분양가가 4억원대로 추산된다. 최근 '반값 할인' 아파트로 시장에서 주목받은 경남 거제 '거제옥포도뮤토'(2017년 준공) 아파트도 전용 84㎡의 매물이 1억6000만원대다. 

매입 후 임대보증금 등을 확보한다고 해도 공공임대라는 특징과 월세 비중을 고려하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많아야 1000억원 이내다. 분양전환에도 최소 6년이 필요하다.

지방에서 임대 수요가 충분한 물량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LH가 기존에 추진하던 기축매입임대 역시 수도권 물량이 많았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물량이 84%에 달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 수요, 매입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매입 할 거라 LH가 무조건 안 팔리는 걸 다 떠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지역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저렴하게 임대를 공급하고 분양 전환으로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도 이용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주택 공급자들이 '안 팔려도 사준다', '기다리면 사준다' 등으로 안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문제는 세제 혜택, CR(기업구조조정)리츠, LH 직접 매입 등 크게 세 가지 트랙(경로)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자구 노력해서 싸게 팔고 있는 곳도 있다. 개인이 분양 할인이나 세제 혜택 봐가면서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책에 추가 세금 감면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10 대책부터 세제상 혜택을 많이 줬고 효과도 불확실해서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극화가 심한 현재 상태에서 세금 혜택을 더 준다고 과연 서울 사람들이 지방 주택을 사겠냐"며 "그런 불확실성 (기대하기)보다는 LH가 매입하는 게 (효과가) 좋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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