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방에선 아파트 분양 계약을 하면 골드바를 주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을 팔려고 '눈물의 반값 세일'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도 팔릴까 싶다는 게 현주소죠. 정치 혼란에 경제도 불안정한 시국이고요.
수도권이라고 다를까요? 경기도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보다 미분양이 많아진 게 벌써 반년째입니다. 그래도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그런데도 건설업계나 주택당국이 '미분양의 위기'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한번 들여다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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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2012년 수준이라고?
최근 전국 방방곡곡의 주택 사업자들이 '미분양 털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강화, 주택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빈집이 쌓여가고 있거든요.
지난해 말 대구 남구 대명동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선착순으로 계약자들에게 축하금 2000만원과 함께 600만원 상당의 골드바 10돈을 증정했고요. 경기도 평택 화양지구에서도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이 계약자에게 축하금 500만원과 자동차 경품권을 제공하는 판촉행사를 벌였습니다.
지방에서 시작한 '미분양 공포'는 수도권까지 확산하는 추세죠. 실제로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미분양 주택은 2022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는데요.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가구를 넘어서면 많다고 봅니다. 미분양 통계가 시작된 이후 연말 기준으로 2007~2013년, 2015년, 그리고 22년이후 3년 연속 6만가구를 넘었죠.
2016년 이후 한동안 부동산 상승기가 이어질 때만 해도 집이 없어서 못 샀죠. 하지만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집값 상승 피로감 등이 맞물리자 매수세가 끊겼고요. 그러면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만 해도 전국 미분양 주택이 2만가구 선이었는데요. 점차 늘더니 같은 해 12월엔 6만8107가구까지 증가했습니다.
2023년 1월(7만5359가구)엔 7만가구를 넘었고요. 이후에도 6만~7만가구 전후에서 등락을 반복했는데요. 원희룡 전임 국토부 장관은 '미분양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잡기도 했습니다. 20년 장기 평균값을 내서 정한 수치라면서 말이죠. ▷관련기사: 원희룡 "미분양 해소되고 있다…매입은 시대착오적"(2023년 2월28일)
이를 고려하면 12월 기준 △2022년 6만8107가구 △2023년 6만2489가구 △2024년 7만173가구 등으로 3년 연속 위험선을 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미분양 주택 수는 2012년 말(7만4835가구) 이후 12년 만에 최다 수준을 기록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2012년이라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겪으면서 침체의 늪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거든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준공 후 미분양입니다. 다 지어놨는데도 안 팔리는 '악성 미분양'을 말하는데요. 지난해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총 2만1480가구로 2013년 말(2만1751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만7799가구로 82.9%에 달했습니다. 지방의 어려움이 커 보이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 무려 '반값' 세일을 한 곳도 있습니다. 준공 8년 차인 경남 거제 '거제옥포도뮤토'는 아직 남아 있는 미분양 물량을 최초 분양가의 절반 수준(전용 84㎡ 1억6000만원대)에 공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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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감세? '특단 대책' 있을까
물론 지금의 미분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엔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16만5599가구(12월 기준)에 달했거든요. 지금의 배 이상으로 많은 수준이죠.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도 이미 시행 중입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0대책, 8·8대책 등을 통해 CR(기업구조조정)리츠 도입, 미분양 매입 확약 등을 추진하고 있고요.
올해부터는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1가구1주택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업자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면 원시취득세도 최대 50% 감면해 주고요.
그럼에도 건설 시장은 극심한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업체는 516곳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고요. 같은 기간 부도 처리된 업체는 29곳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더 내놓을지 관심입니다. 과거 미분양 문제가 심각했던 2008~2013년에도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 시 개인 및 법인의 세제 혜택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놨는데요. 추가적으로 비수도권 미분양 매입자에 대한 추가 세제 혜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DSR 추가 규제 보류, 공사비 정상화 등도 예상되고요.
전문가들은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미분양은 절대적인 수치가 중요하진 않다. 공급이 많으면 단기간에 많아질 수도 있다"며 "지역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최근엔 지방보다 평택 등 경기도의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다"며 "당장은 지방부터 혜택을 제공하되 지역 상황에 따라 수도권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법인이 미분양을 매입할 수 있도록 길을 더 터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조정기엔 법인 투자가 받쳐줘야 하는데, 법인 입장에선 취득세 12%를 물면서 미분양을 매입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