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사고 수습 및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제 규정에 따라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프랑스 사고조사당국도 이번 화재 조사에 참여한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으로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 만에 대형 사고가 나면서 '항공 포비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 명절 연휴였던 1월28일 밤 10시15분경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55번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HL7763편에 화재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항공기가 전소하는 아찔한 사고였지만 다행히 승무원 6명을 포함한 176명의 탑승자 전원이 탈출해 생존했다. 일부 승객은 경상을 입었다.▷관련 기사:에어부산 여객기 김해공항서 화재…인명피해 없어(1월29일)
국토부가 제공한 사고기 에어부산 BX391편 사진을 보면 동체 상부가 검게 탄 채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 뒤편부터 조종석까지 전소됐다.
아직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나 기체 문제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부 탑승객들은 기내 짐을 싣는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에서 불이 났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수하물 내 보조배터리가 발화 지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조배터리는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 수하물로 보내는 게 아니라 기내에 직접 갖고 타야 한다.
사조위는 당일 사고조사단을 구성하고 다음 날(29일) 새벽 5시55분께부터 현장 확인, 승무원 진술, 기타 관련 자료 확보 등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초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0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과학수사대, 소방 등 관계 전문기관과 화재 감식 등에 대한 사항을 논의한 뒤 프랑스 사고조사당국(BEA) 신임 대표 등 관계자 10명이 참석해 사고 조사 진행 방향을 회의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국가에서 사고 조사에 참여한 것이다. 이번 사고가 난 에어버스사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항공기업이 설립한 회사로 프랑스에 본사가 있다.
사조위와 BEA 및 관계 전문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은 31일 오전 사고기 현장감식 착수를 위한 현장 위험관리평가를 완료했다. 동체, 내부 각종 부품 및 화물칸 화재 영향 여부 등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탑재된 연료는 제거하지 않고 현장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화재가 발생한 항공기에는 연료 약 3만5900파운드(약 1만6284kg)가 실려 있었는데, 만약 안전 문제로 연료를 모두 빼내야 하면 합동 감식이 다소 미뤄질 우려가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 감식에서 시료 채취, 분석, 분류 작업 등에 대한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말에 예상되는 우천 상황을 고려해 현장 감식은 2월3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동체 하부 화물칸에 실려 있던 승객 위탁수하물은 보안 점검 후 에어부산으로 인도하고, 승객에게 인계하기 위해 조치 중이다. 오후엔 3차원(3D) 입체영상 촬영, 비상산소용기 분리 조치 등 위험물 제거에 나선다.
박 장관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항공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지원 및 보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