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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대]비행기 탈 때 '보조배터리' 어쩌나

  • 2025.02.04(화) 07:02

에어부산 여객기 전소, 보조배터리 탓?
현행 규정에도 '절연테이프·개별포장' 
"인과관계 나오면 전면 규제 개선할수"

해외여행을 다닐 때면 흔히 들고 다니는 보조 배터리. 비행기 위탁 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지만 기내 수하물로는 대부분 반입이 가능하고, 보통 가방에 넣어 기내 선반 보관함(오버헤드 빈)에 수납하기도 한다. 

만약 이 보조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면 어떨까. 초기 진압에 실패할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최근 에어부산 여객기 동체가 전소된 화재 사고에서도 보조 배터리가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유발된 화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관련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는 허술한 현행 규정을 우선 손보고,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밝혀질 경우 '전면 개선'할 방침이다.

에어부산 리튬배터리 제한 운송 규정(보조배터리)/그래픽=비즈워치

보조 배터리, 현행 휴대 규정은?

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발화점은 휴대용 보조 배터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관련 기사:LCC, 괜한 걱정일까…에어부산 화재 원인은?(1월31일)
에어부산 여객기 김해공항서 화재…인명피해 없어(1월29일)

국내외 관련 규정상 보조 배터리는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없다. 보조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격을 가하거나 열을 받으면 폭발해 화재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의거해 개인 사용 목적의 소량 보조 배터리는 기내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카메라 충전용 보조 배터리 등이다.

항공기 반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전력량 단위인 Wh(와트시)다. 160Wh 이하까진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100Wh 이하는 개수 제한도 넉넉한 편이고 100Wh~160Wh 이하는 항공사 승인을 받아야 하며 최대 두 개까지 반입할 수 있다. 그 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통상 시중에서 판매하는 보조 배터리에는 Wh가 아닌 mAh(밀리암페어시)라는 전류량 단위로 표기돼 있다. 전력(량)=전류(량)×전압이다. 즉 'E (Wh) = Q (mAh) × V (V) / 1000'로 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보조배터리 전압이 3.8V라는 걸 감안하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000mAh는 38Wh, 30000mAh는 114Wh 정도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배터리 전력량이 표시되지 않았거나 확인 불가 시 운송을 거절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반입 개수, 항공사 승인 여부 등 구체적인 기준은 항공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조 배터리 휴대 시 권고 사항도 항공사마다 다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분의 배터리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개별 포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에어부산의 경우 개별 포장 등의 안내가 따로 나와 있지 않다. 

국토부 항공안전위험물운송기술기준 고시에 따르면 승객은 리튬메탈 및 리튬이온 보조 배터리를 기내에서 휴대할 때 외부에 노출된 단자를 절연성 테이프로 감아야 한다. 아울러 보관 시 비닐봉투나 보호용 파우치(주머니)에 넣어야 한다. 

기내에 반입되는 모든 보조배터리는 유엔의 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규정대로 꼼꼼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반입 가능한 보조 배터리 전력량 기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3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김해공항에서 화재가 난 에어부산 여객기에 대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규정 '전면 개정' 할수도 

이처럼 현행 규정이 부실한 만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는 꾸준히 발생해 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 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0년~2024년 8월까지 총 13건에 달했다. 

연간 2~3건은 되는 셈이다. 최근 5년간 발생 건수가 없다고 보고한 국적사는 에어서울, 에어로케이항공 두 곳뿐이다. 해외에서도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긴급 회항하는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국토부는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늦어도 4월 발표할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보조 배터리 보관 위치를 지정하거나 직접 휴대하는 방안을 예상하고 있다. 눈에 보여야 초기 진압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선반 보관함에 두면 화재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현재 보조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우선 소화기로 진압하고, 컨테이너에 방염냉각수 등과 함께 넣은 뒤 조정실에서 먼 곳에 두어 열을 식힌다. 그럼에도 진압이 안 되면 비상 탈출을 하게 돼 있다. 다만 권고 안내 말고는 기내에서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밖에 보조 배터리 반입 개수와 용량을 더욱 제한하거나, 비닐 파우치에 넣어 보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현재도 일부 항공사에서 권고하는 방안 중 하나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출 단자가 있는 보조 배터리의 경우 단자가 무언가와 닿으면 스파크(불꽃)가 발생해 화재 위험이 있다"며 "개별 봉투에 따로 넣으면 접선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별도의 비닐 파우치 규격이 있는 건 아니고 지퍼락 형태 등이면 된다"며 "이번 사고에 따라 규격을 통일할 지 어떻게 할 지 고심 중이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당장 강화할 수 있는 조치는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추후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이 보조 배터리로 명확히 밝혀질 경우엔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질 거라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 틀 안에서 보완할 수 있는 걸 찾고 있고 이는 빨리 시행할 수도 있다"며 "다만 한국에서만 특출나게 다르게 규제하면 우리 국적기를 타는 외국인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혼선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3일) 화재 감식을 시작해서 4월까지는 사조위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만약 보조 배터리로 인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졌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국제 기구에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그만 배터리에서 큰 불로 이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며 "그러면 국제기구에서 검토해서 전 세계가 똑같이 표준화할만한 제도 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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