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비행기 탈 때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를 반입하려면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지난달 에어부산 화재 사고의 발화점으로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일정 용량 및 수량 이하로만 가지고 탈 수 있고 충전 단자에 뚜껑을 씌우거나, 절연 테이프를 붙이거나, 비닐봉투에 1개씩 넣어 직접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기내 선반 보관함(오버헤드빈)에 넣어선 안 된다.

'용량·수량' 바짝…3월부터 표준화
국토교통부는 13일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표준안을 마련해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 초 에어부산 화재 사고에 따른 국민 불안을 고려한 조치다. ▷관련기사:[교통시대]비행기 탈 때 '보조배터리' 어쩌나(2월4일)
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BX391편(홍콩행) 여객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목격자 진술 등에 따라 오버헤드빈에 들어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거란 추정이 나온다. 이 사고로 항공기가 전소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합동감식 및 원인 규명을 하는 중이라 인과 관계가 나오기 전"이라면서도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관련해 기내 경미한 사건 사고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선제 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표준안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국제 기준을 전제로 항공사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안내와 관리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우선 국적기부터 적용한다. 외국항공사는 바로 적용하기가 어려워 추후 방침을 권고할 예정이다.
안전 관리 강화 대상은 리튬이온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다. 전자담배로 인한 기내 화재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최근 5년간 전자담배 연기 발생 등 사례는 국내 1건(2023년)에 불과했지만 미국(90건) 등 해외에선 다수 있었다. 노트북컴퓨터, 휴대전화 등 배터리가 내장된 다른 전자기기는 이 같은 관리를 받지 않는다.
우선 기존에 항공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보조배터리 용량·수량 제한 등을 통일한다. 기내 반입 기준은 배터리 전력량(Wh·와트시)이다. 160Wh 이하 제품은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100Wh 이하는 최대 5개까지 반입할 수 있다. 보청기 등 의료 목적이거나 촬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엔 항공사 승인을 받으면 20개까지 추가 반입할 수 있다. 100Wh~160Wh는 항공사 승인하에 2개까지만 허용한다.

통상 사용되는 2만mAh(밀리암페어시)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100Wh 이하, 대용량인 3만mAh 배터리는 100Wh~160Wh에 해당한다. 캠핑용(5만mAh 초과) 배터리는 160Wh 초과로 분류한다.
초과 반입이 필요하면 체크인카운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승인된 배터리에는 별도의 스티커(노랑, 파랑)를 부착해 보안 검색 시 신속한 확인이 가능토록 관리한다.
키오스크 등 셀프체크인 승객은 항공권 예약 시부터 5단계에 걸쳐 반입관리수칙을 안내받는다. △항공권 예약 시 △출발 24시간 전 △탑승수속 시(키오스크) △탑승 시(탑승게이트) △탑승 후(기내) 등이다.
비닐봉투에 넣어 앞좌석 주머니에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를 기내 반입할 땐 단락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보조배터리의 단자가 금속과 접촉하지 않도록 절연테이프로 커버하거나, 노출형 단자의 경우 캡(뚜껑)을 씌워야 한다.
혹은 보조배터리를 보호형 파우치 또는 지퍼백 등의 비닐봉투에 1개씩 넣어 보관해야 한다.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에 단락방지용 투명 비닐봉투를 비치해 승객들이 필요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반입한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는 오버헤드빈에 넣을 수 없다. 화재 등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승객이 몸에 소지하거나, 좌석 주머니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기내 전원, 배터리 간 충전 등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다만 보조배터리로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는 건 가능하다. 이때도 직접 몸에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 충전이 끝나면 다시 절연테이프를 붙이거나 비닐 봉투에 넣어야 한다.
보안검색도 강화한다. 미승인 보조배터리 반입 등 규정 위반이 의심되거나 항공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개봉해 항공사 승인이 필요한 보조배터리가 있는지 추가 검색을 실시한다.
적발된 미승인 보조배터리는 즉시 해당 항공사에 인계해 확인·처리하고, 적발 건수를 월 1회 항공사에 통보해 자체 시정 조치를 요청한다.
다만 개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유 정책관은 "개별 승객 처벌 조항은 명확히 없다"며 "국민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제도 검토를 더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내 허용 제품인데 너무 과도하게 규제할 수 없다. 인과 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한국)만 달리해서도 안 된다"며 "다만 항공사들이 철저히 안내하고 절차를 강조할 텐데, 협조를 안 하면 보안질서위반으로 고발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3월1일 시행에 앞서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항공사 및 공항운영자와 협력해 전방위 홍보 및 안내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에어부산 화재 사고의 원인이 보조배터리로 밝혀질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공동 논의를 통해 기내 반입 수량 제한 등 추가 규제 강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유 정책관은 "승객 여러분도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반입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항공사 지침 및 보안검색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