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7개 공항의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을 손본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광주·여수·포항경주·김해·사천·무안·제주공항의 9개소가 대상이다.
공항별로 로컬라이저 기초대를 지하화하거나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교체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넘어서 착륙할 경우 충돌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추정 예산은 총 200억원이다.
내달 방위각 시설 개선 설계 발주에 착수하고 각종 인허가 등을 최대한 단축, 가능한 시설은 상반기 내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설립 추진 중인 신공항도 활주로 인근 시설 설계 기준을 분명히 한다.
방위각 시설 전반 성토 또는 교체
국토교통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위각시설 등 공항시설 안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이달 2~8일 방위각시설 특별 점검, 13~21일 공항시설 특별점검 등을 거쳐 마련했다.
점검 결과 방위각시설의 개선이 필요한 공항은 △무안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2개소) △제주국제공항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 △사천공항(2개소) 등 총 7개 공항, 9개 시설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들 공항의 안전시설 개선 방안에 대해 내달 초 설계 발주 등을 추진한다. 각종 인허가 및 관계기관 협의기간를 최대한 단축해 가능한 시설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선 방안의 설치 원칙은 크게 3가지다. 이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방위각 시설 성능 기준에 맞게 설치돼야 한다.
①방위각 시설 기초대는 지면 아래 설치돼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지면 위 7.5cm 이상 돌출되지 않아야 함 ②기초대와 안테나를 연결하는 지지대는 경량철골 등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돼야 함 ③활주로 끝에서 방위각 시설까지 종단경사도가 비행장 설치 기준(착륙대 1.5%, 안전구역 5%)을 충족해야 함 등이다.
이번 안전시설 개선 대상인 7개 공항은 방위각 시설 기초대가 지면 위로 돌출됐거나 지지대가 단단하게 설치됐다. 개선하는 방법은 성토와 교체 두 가지다.
기초대 및 둔덕의 높이가 낮으면 흙을 쌓아(성토) 이를 지하화한다. 흙을 쌓아 경사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비행기가 넘어갈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높이가 높거나 재질이 단단하면 둔덕 자체를 제거하고 기초대를 경량 철골로 바꾼다.
광주공항은 방위각시설 기초대의 높이가 약 70cm여서 성토를 통해 기초대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포항공항은 기초대가 내장된 둔덕의 높이가 70cm, 김해공항은 콘크리트 기초대의 높이가 80~90cm, 사천공항은 콘크리트 기초대의 높이가 60cm로 각각 성토 방안을 우선 대안으로 추진한다.
여수공항은 방위각시설 둔덕이 약 4m에 달한다. 기존 둔덕을 제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방위각시설을 재설치하는 방안으로 추진한다. 무안공항 역시 기존 둔덕을 제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방위각 시설을 재설치한다. 북측 둔덕은 이미 제거했다.
제주공항은 방위각 시설이 H형 철골구조라 경량철골 구조로 재설치하거나 이마스(EMAS) 도입 등을 검토한다. 이마스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 사고에 대비한 완충 장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공항은 겉으로 보기에 튼튼해 보이기 때문에 과연 부러지기 쉬운 조건에 해당하는지 구조 분석 의뢰하기로 했다"며 "어느 정도 충격받았을 때 부러질지 보고, 비행기가 부딪쳤을 때 구조물이 더 센 상황이면 이마스나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공항은 현재 개량 공사 중인데 이번에 검사하면서 일시 중지한 상태"라며 "계약 업체가 있어서 계약 변경 과정 거쳐서 구조 해석을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울산·원주공항은 방위각 시설이 지표에 설치돼 개선이 불필요하고, 인천·김포·대구·청주·양양·군산공항 등도 방위각 시설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공항도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방위각 시설 재설치에 따른 비용은 총 2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설치 방법과 공항별 상황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정확한 비용은 추후 확정된다.
김홍락 공항정책관은 "성토냐 경량철골로 가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는데 경량철골로 바꾸는 건 약 15억원 정도 든다"며 "성토는 현장마다 성토량이 다르고 새벽에만 3~4시간 작업하는 특성 때문에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공사비가 늘어나 설계 과정에서 변동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별로 상황이 다르고 군사 공항의 경우 군 협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설치 시 공항 폐장을 하진 않을 전망이다. 김 정책관은 "성토 방식으로 야간 공사할 경우 신호안전성만 유지되면 낮에 쓸 수 있다"며 "시급하게 추진하는 거라 개별적인 공항별로 계약을 추진하기보다는 6개 공항을 묶어서 계약 한꺼번에 해서 속도를 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오는 4월18일까지 활주로 폐쇄 기간이 연장돼 있다.
방위각 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도 명확히 한다. 앞서 무안공항 사고 이후 방위각 시설 등과 관련한 설치 기준과 운영 기준이 충돌해 문제가 된 바 있다. ▷관련 기사:"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규정상 적법" 그러나…(1월7일)
국토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관련 규정 간 정합성을 확보하고, 국내 규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비롯한 국제 규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올 상반기 내 개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공항시설을 상시 관리·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공항개발기술심의위원회에 안전 전문가 보강, 분기별 공항시설 안전점검 시행, 시설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공항시설 안전팀(가칭) 신설 등도 추진한다.
신공항 건설사업에도 방위각시설 등 활주로 인근 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지면 형태'로 설계·시공하도록 한다. 흑산·울릉·백령공항의 경우 방위각시설이 필요 없는 방식(비계기 등)으로 추진 중이나 향후 항행안전시설 도입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새벽 손창완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자택에서 숨진 것으로 발견됐다. 그는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의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을 개량 사업하던 2020년 5월 당시 한국공항공사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