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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는 건설사들 "몸집 경쟁, 이젠 안 할래요"

  • 2025.02.17(월) 06:36

[워치전망대]2024년 상장 대형 건설사 ①매출
97조 넘었던 7개사 매출, 올해 목표는 89조
계열사·해외 수주 부진에 매출 목표 일제 하향
1위도 예외 없어…삼성물산 올해 목표 15%↓

건설경기 악화 속에서도 몸집을 불려왔던 대형 건설사들이 지난해 외형 유지에 실패했다. 7개 대형 상장건설사 중 절반 이상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매출 감소를 보였다. 계열사 공사 물량과 해외 수주로 국내 주택시장 매출 부진을 메워왔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계열사 실적 부진, 해외사업 손실 등이 반영되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그룹 계열사 발주물량이 든든했던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년간 건설 경기 악화가 이어져 오며 대형사들도 체력에 한계를 보이는 모습이다. 올해 매출 목표치도 대부분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주요 건설사 매출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7개 대형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삼성E&A, HDC현대사업개발)가 거둬들인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97조2580억원이다. 

전년(96조8527억원)과 비교해 4053억원(0.4%) 늘었다. 그러나 개별로 따져보면 대부분 매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7개 건설사 모두 매출이 늘었던 2023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올해 매출 목표치는 총 88조8932억원으로 작년실적보다 8조3648억원(8.6%) 낮게 잡았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 1위를 달성했다. 32조6944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29조6514억원 대비 10.3% 증가했다. 연간 목표치도 10.1% 초과 달성했다. 7개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출 규모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을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은 시평 4위 현대엔지니어링이 연결종속법인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각각 매출은 현대건설 16조7542억원(51%), 현대엔지니어링이 14조8000억원(45%)을 올렸다.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샤힌 프로젝트 등 해외 대형 현장 매출이 본격화한 결과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주택부문 실적 반영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조2209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지난 4분기 1조431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서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현대건설 별도로도 172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룹사와 해외시장 사업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해외에서 벌어진 손실이 뼈아프게 돌아온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조3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3071억원(7.1%) 낮춰 잡았다. 

업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8조6550억원의 매출을 냈다. 당초 목표치인 17조9000억원은 넘어섰지만 2023년(19조3100억원)과 비교하면 6550억원(3.4%) 감소했다.

올해 매출 예상치는 지난해보다 2조7550억원 낮은 15조9000억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 미국 삼성전자 테일러 반도체공장 등 대형프로젝트 준공이 가까워져 매출 감소가 예상돼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평택 공장 추가 착공 및 투자계획을 미루면서 대규모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룹사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게 올해 숙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도체공장 등 첨단기술 전문 수주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팹리스 공장 외 삼성 계열사 해외 생산시설(부품, 가전공장)과 삼성 외 반도체 패키징 기업으로 고객사를 넓히는 등의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GS건설은 1년 만에 붕괴사고 여파를 털어내며 흑자전환 했지만 외형 위축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12조8638억원을 기록해 전년(13조4367억원) 대비 4.3% 줄었다. 주력부문인 건축, 신사업부문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건축주택사업(9조5109억원), 신사업(1조3921억원)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7.1%, 1.6% 줄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2.1% 줄인 12조6000억원으로 잡았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건축·주택부문 매출이 1조7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올해 준공에 따른 입주 물량이 늘면서 매출에서 빠지는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올해 입주 예정단지는 장위자이 레디언트, 메이플자이, 휘경자이디센시아 등이 있다.

시평 3위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조5036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11조6478억원) 대비 매출액이 1조1442억원(9.8%) 줄며 7개 건설사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매출 목표치(10조4000억원)는 초과 달성했지만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해외 수주가 당초 계획(3조500억원)의 20.1%인 6118억원에 그쳐 부진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1036억원 줄여 잡았다. 7개 건설사 중 가장 큰 감소폭(-20%)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수립했다"며 "작년 이연된 체코 원전, 이라크 해군 및 공군기지,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등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확대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는 지난해 9조966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DL이앤씨(5위), HDC현대산업개발(10위)을 제치고 매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비화공 매출이 줄면서 매출이 전년(10조6249억원) 대비 6.2% 감소했다. 

올해 매출 목표치도 9조5000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4666억원(4.7%) 낮춰 잡았다. 삼성E&A는 지난해 전체 신규수주 물량 중 약 3분의 1을 삼성전자 등 관계사를 통해 수주했다. 삼성물산과 함께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부진 여파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8조31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7조9911억원) 대비 4.1%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의 30%를 담당하는 자회사 DL건설(2조4692억원)의 토목분야 원가율 상승과 미분양 손실 반영으로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1% 감소했다. 

올해 매출 목표치는 DL이앤씨 6조1000억원, DL건설 1조7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업황 부진에 전년 대비 6.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487억원) 늘어난 4조2562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높은 자체사업 매출(4412억원→4008억원)은 소폭 줄었으나 토목·SOC, 일반건축 등 외주사업 매출이 3조6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넘게 증가하며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조3059억원으로 7개 사 중 유일하게 높여 잡았다. 수원 아이파크시티 등 자체사업 준공을 비롯해 서울원 아이파크 착공,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사업 등 준공이 매출로 본격 인식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 자릿수 매출감소를 예상했는데 2022~2023년 주택분양 감소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며 "바닥을 찍은 이익과 원가 상승 및 미분양 여파 크기가 줄면서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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