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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해외건설 수주 371억불…59년만에 누적 1조불

  • 2025.01.09(목) 17:44

2016년 이후 최대 수주액
'텃밭' 중동에서만 수주 절반 달성

2016년 이후 해외건설 수주 현황./자료=국토교통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목표치에 미달했다. 다만 국내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는 1965년 최초 수주 이후 누적 1조달러를 돌파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371억1143만달러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초 정부가 해외건설 사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수주 목표 400억달러를 제시했으나 이에 미치지는 못한 결과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2016년(282억1923만달러) 이후 최대 수주 실적이다. 101개국에서 총 605건의 사업을 따내면서 직전 해(333억1399만달러) 대비 11.4%가 늘었다.

수주액 절반 이상은 전통적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에서 나왔다. 지난해 중동에서 전체 수주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184억9421만달러를 수주했다. 주요 수주는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패키지(PKG) 1·4(60억8000만달러) 및 PKG 2(12억2000만달러) 등이다. 이어서는 아시아(71억1117만달러)와 유럽(50억4721만달러), 북미·태평양(46억9450만달러) 순이다.

유럽 지역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139.7% 증가했다. 현지 친환경 및 신사업 분야 투자가 늘어나고 국내 기업도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우리 기업들이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도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 및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 건설 2조달러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 시대, 그 발자취

지난해 수주액을 더한 해외건설 누적 수주는 1조9달러로 집계됐다. 1965년 해외건설 최초 진출 이후 59년 만에 1조달러를 넘은 것이다. 첫 수주는 현대건설의 태국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중동 및 아시아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전체 수주의 17.7%가 나왔다. 이어서는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8.4%) △쿠웨이트(4.9%) △싱가포르(4.8%) △베트남(4.8%) 순이다.

최근 3년 기준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24.5%)와 미국(16.9%), 카타르(6.4%) 등의 순이다. 헝가리(3.6%)의 비중도 높아지는 등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수주 다변화가 있었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14.5%로 가장 많은 수주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서는 △삼성물산(9.2%) △삼성E&A(9.0%) △현대엔지니어링(7.3%) △GS건설(7.1%) 순이다.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한 프로젝트는 191억3000만달러 규모의 UAE 원자력 발전소다. 2009년에 한국전력공사와 수자원공사,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서 따냈다. 이어서는 한화 건설부문이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80억3000만달러)와 삼성E&A가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73억달러) 등이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 세부 실적/자료=국토교통부

위기의 건설업계, 해외에 답 있을까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 대한 개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만희 해외건설협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국내 기업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변화와 도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자금 조달 능력을 키워 투자개발사업을 활성화하고, 유럽·중남미·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관련기사: 한만희 해건협 회장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 역할 강화"(2024년 12월 31일)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올해 세계건설시장 규모는 15조6161억달러로 전년(14억6803만달러) 대비 6.4%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유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세계 발전량이 2022년과 비교했을 때 3배, 송배전을 비롯한 전력망 투자는 2배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건설 시장의 투자개발형 사업 발주 물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해외건설협회의 예상이다. G20(주요20개국) 산하 GIH(Global Infrastructure Hub)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투자 필요액 대비 공급 간 격차를 의미하는 인프라 투자갭(Gap) 전망치는 올해 5338억달러로 전년 대비 3.6% 증가한 규모다.

해건협 측은 "글로벌 도시화 및 인구증가 등에 따른 신규 도로 등 교통 인프라, 발전소 및 노후 인프라에 대한 개보수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면서 "향후 투자개발형 사업 발주가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동 건설시장은 전체적으로는 국가별 비석유 산업 다각화와 인프라 개선 등으로 성장하겠지만 사우디의 네옴시티는 자금조달 및 민간투자 유치 난항이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변수가 존재하나 휴전 시 수도 키이우 및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철도, 항만 등 교통·물류 인프라를 재건하는 EU 연결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불안 요소도 있다. 중국 부동산 침체 지속과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건설시장의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은 지정학적 위기 외에도 유가의 하락으로 인한 발주 물량 축소도 우려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오래 이어지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있어 유의할 부분"이라면서 "다만 유가 하락은 원유 판매량 증가 여지가 있어 꼭 부정적 여건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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