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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위험'…단순 경고가 아니었다

  • 2025.04.17(목) 07:30

지난해 매출액 30억원 못 넘긴 '코스닥상장사' 분석
매출액 30억원 미만 38곳 모두 기술특례상장 기업
13곳은 매출액 유예기간 종료...당장 매출 늘려야
메드팩토·티움바이오·압타머 등 신규사업목적 추가
신테카바이오·제넥신은 본업으로 경쟁력 강화 도전

'당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지정받은 2개 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특례를 적용 받았습니다...유예기간 이후에는 매출액 또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요건으로 인하여 상장 폐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는 일반적 문구)'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돈은 잘 못 벌어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기업들이 활용하는 일종의 특례입학제도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인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모두 A, BBB등급 이상을 받고 주식시장에 입성한다. 

하지만 기술특례기업의 상장 이후 성적표는 항상 의문 부호가 따라다닌다. 현재 코스닥기업 가운데 상장 유지를 위한 매출액 요건(연간 30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다수다. 그 다수 중의 다수가 기술특례기업이다.

한국거래소가 인정한 전문평가기관에서 훌륭한 등급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도 1년에 30억원도 못 버는 기술특례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돈을 벌지 못한 만큼 이들 기업은 상장 공모 당시 투자자들에게 '매출액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위험이 있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경고하면서 주식시장에 들어온다. 

올해 1월 금융당국은 존속능력이 떨어지는 상장사들을 솎아 내겠다며 상장폐지 강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강화 방침으로 이제는 그 경고는 단순 경고가 아닌 상황이 되고 있다. 

기술특례기업들이 받는 특혜인 '매출액 요건 5년 면제' 기간이 끝나는 상장사들은 올해 무조건 매출액 30억원을 넘겨야 내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무려 12곳에 달한다. 38곳 연 매출액 30억원 미만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상장사 152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상장사가 지난해 매출액 30억원(별도재무제표 기준)을 넘기지 못했다. 38개 상장사의 공통점은 모두 기술특례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는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매출액 30억원 미만 기업. 전부 기술특례로 상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출액 30억원을 넘기지 못한 38개 상장사들 중 지난 1년간 매출액이 단 1원도 나오지 않은 곳은 △메드팩토 △보로노이 △큐로셀 △티움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5곳이다. 또 △브릿지바이오 △이노스페이스 △샤페론 △지아이이노베이션 4곳은 지난해 매출액 1000만원~2000만원으로 웬만한 직장인 평균연봉에도 못 미쳤다. 

그 밖에 △신테카바이오 △바이젠셀 △비트맥스 △차백신연구소 △카이노스메드 △에스바이오메딕스 △에이비온 △에스씨엠생명과학 △툴젠 9곳은 지난해 1억원~9억원 사이의 매출액에 그쳤다. 매출액 10억원~30억원 미만은 △온코크로스 △진시스템 △노을 △박셀바이오 △피플바이오 △고바이오랩 △제넥신 등 21곳이 이름을 올렸다. 

38개 기술특례상장사 중 25곳은 현재 매출액 유예기간(5년)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매출액 유예기간이 끝난 기술특례상장 기업 13곳은 올해부터 매출액 30억원을 넘겨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유예기간이 일찍 끝난 일부 기업은 이미 관리종목에 지정되어 있는 상태다.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관리종목 지정위험' 현실로

2019년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한 메드팩토는 항암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곳이다. 상장 당시 희망공모가(3만4000원~4만3000원) 상단에 가까운 4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매출이 적은 기술특례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한 추정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한다. 메드팩토는 상장 3년차인 2021년 매출 741억원, 순이익 429억원을 올릴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 후 메드팩토의 경영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상장 전인 2017년, 2018년에도 매출액이 0원이었던 메드팩토는 상장 후인 2019년, 2020년에도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다만 돈을 벌진 못해도 회사의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를 웃도는 10만원대까지 올랐다. 특허권 취득, 공동임상, 임상2상 시험계획 등 호재성 발표로 주가가 뛰어오른 것이다. 

아울러 개별재무제표만 있었던 메드팩토는 2021년부터 연결재무제표를 잡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미국에 신약개별연구기업인 메드팩토 테라퓨틱스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내용과 자회사 설립 등 적극적인 경영확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2021년~2024년 4년 동안 계속 0원을 기록했다. 버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으니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이어졌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메드팩토의 영업손실은 218억원, 당기순손실은 201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회사는 지난 2023년 동물용의약품·화장품·식품 및 식품첨가물 제조 및 판매, 의료기구 제조 및 판매 등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했다. 아울러 2023년 말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 도움을 받아 741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뚜렷한 경영성과로의 진전은 없었다. 

당장 올해 매출액 30억원 요건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메드팩토는 다시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의약품 도소매업, 소프트웨어 등 제작 및 공급업, 디지털 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오히려 상장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액 유예기간 5년을 다 써버리고도 여전히 매출액이 0원인데다 한때 10만원을 넘었던 주가도 현재 3000원대(유상증자 희석을 반영해도 크게 하락)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당시 메드팩토 역시 증권신고서에 '매출액 유예기간 이후에도 가시적인 재무성과가 없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 또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를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바 있다. 회사가 경고했던 위험은 결국 현실이 되고 있다.

매출액 유예기간이 끝난 기술특례 상장사 중 지난해 매출액 30억원 미달 기업

티움·압타머·박셀, "우리도 사업목적 추가"

메드팩토처럼 사업목적을 추가해 매출액 미달을 대응하는 상장사는 3곳 더 있다. 티움바이오와 압타머사이언스, 박셀바이오다.

지난해 매출액 0원을 기록한 티움바이오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이 회사는 상장 당시 매출액이 나오던 곳이었다. 2019년 상장 당시 매출액은 1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80억원까지 매출액이 늘었다. 다만 해당 금액은 기술이전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액이었다. 

기술이전이 없던 2021년, 2023년, 2024년에는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티움바이오는 2021년 정기주총을 통해 사업영역을 의료기기 제조·화장품·건강기능식품 판매로 넓혔다. 이후 지난해 12월 천연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페트라온과 합병했고 사업영역을 생활용품 제조 및 도소매업으로 확대했다. 유예기간이 끝난 올해는 무조건 매출액 30억원을 넘겨야 하는 만큼 본업과는 다른 사업 확장을 통해 요건을 충족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 11억원을 기록한 압타머사이언스도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임상시험, 의학 및 약학 연구개발, 건강기능식품·화장품 도소매업 등을 추가했다. 박셀바이오 역시 3월 주총에서 의약품·의료용품·의료기구·건강식품 도매업 등 사업목적을 넓혔다. 

사업목적을 추가해서 매출액 30억원 요건을 넘긴다면 당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 위기는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기술력을 내세워 상장한 곳들이 본업과는 다른 사업으로 존속을 겨우 유지한다는 점에서 기술특례제도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테카바이오․제넥신 "우리는 본업으로 승부 본다" 

물론 기술특례제도 본연의 취지에 맞게 본업으로 매출액 요건을 달성하려 노력하는 상장사도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3월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이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방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올렸다. 계약금액은 45억원으로 지난해 신테카바이오 매출액 1억2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해당 계약금액을 매출액에 반영하면 올해 매출액 요건(30억원)은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도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았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액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19년 상장 당시 신테카바이오는 2023년 추정매출액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신테카바이오가 추정한 2023년 매출액은 659억원이었다. 딥매처로 인한 매출액 증가를 기대하더라도 올해 매출액이 2023년 추정매출액 600억원대를 넘어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제넥신은 연구개발을 열심히 해 매출액 요건을 추가로 면제받게 됐다. 지난 1월 거래소로부터 기술특례상장 제약ㆍ바이오 연구개발 우수기업 매출액 특례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신약연구개발 투자실적이 있으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어 매출액 30억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 매출액은 면제받을 수 있는 기간은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는 3년 동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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