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6000포인트를 넘어선 25일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간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에서 유연하게 활용되는 자산으로 인식해왔지만, 이제는 기한 내 소각해야 하는 성격이 바뀌게 됐다. 특히 M&A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 대상에 포함하면서 기업의 재무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해당 법안은 지난 24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쟁점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해 처리가 하루 지연됐다. 토론 종결 후 이어진 표결 결과, 재석 176인 중 찬성 175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이번 개정안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소수주주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기업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지배구조 개편이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실제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주환원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점이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 역시 최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교환사채(EB) 발행 등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의 활용도 전면 차단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운영,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의 목적이 있을 경우 매년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승인받아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투자 제한 업종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 규제 등을 고려해 일정한 범위에서 예외가 인정된다.
이번 개정으로 자사주는 더 이상 기업이 필요에 따라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 기능은 어려워졌다. 그동안 자사주는 주가 안정이나 주주환원뿐 아니라 M&A 과정에서 교환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재원으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전략적 용도로 활용돼 왔다. 특히 M&A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는 지분율 관리와 지배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개정안은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까지 예외 없이 소각 대상으로 포함했다. 기업이 의도하지 않게 취득한 자사주라도 일정 기간 내 소각해야 하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이나 자본 정책 운용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는 기업 입장에서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적 재고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었다”며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 자사주를 활용한 중장기 자본 전략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업의 재무 운용 방식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헌법에 따라 정부는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이송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중·하순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은 개정안 적용을 직접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사주를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는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 법안 공포 이후 주총을 여는 기업들은 곧바로 관련 계획을 수립해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는 만큼, 올해 정기주총부터 자사주 관련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