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현재 상장 추진 중인 덕산넵코어스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모기업인 덕산하이메탈과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 대신증권이 중복상장 이슈를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정면돌파했고, 이런 과정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도 중요한 요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매년 IPO 대표주관 실적은 ‘대어급’ 상장사 딜을 잡느냐에 좌우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이런 딜 상당수가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중복상장이었다는 점이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실행 이후 증권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상황에서 대신증권의 행보는 향후 다른 증권사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선례로 남게 되었다.
중복상장 이슈, 주주 동의로 정면돌파한 덕산하이메탈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3분기 안에 덕산넵코어스의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도 최근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브리핑에서 “덕산하이메탈의 경우 덕산넵코어스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동의를 먼저 받았다”며 “사실상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기준을 이행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코스닥 상장사 덕산하이메탈은 덕산넵코어스 지분 63.2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21년 덕산넵코어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덕산넵코어스는 지난해 하반기 대신증권을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같은해 11월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덕산하이메탈은 올해 초 자회사 상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 영향 평가를 시행했다. 이후 제3자의 평가 결과 검토를 거쳐 5월 이사회에서 덕산넵코어스 상장을 심의·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덕산하이메탈(반도체 소부장)과 덕산넵코어스(방산·우주항공)의 산업 분야가 달라 상장 이후에도 덕산하이메탈 기업가치 희석이 적을 것이라는 주주 설득 방안을 제시했다.
주주 보호 방안과 관련해서도 덕산하이메탈은 덕산넵코어스가 상장한다면 공모 물량의 5%를 덕산하이메탈 일반 주주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그밖에 중장기 현금배당 정책을 실시하고 기업설명회(IR) 같은 주주 소통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덕산하이메탈은 5월 임시주총을 열어 덕산넵코어스 상장 승인 안건을 상정했다. 그 결과 임시주총 참석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92%, 발행주식총수의 78% 수준으로 상장 동의를 얻었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는 모회사가 주총에서 자회사 상장 승인 의안을 표결할 때 보유 지분율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주총 참여 주식의 과반 및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덕산하이메탈 주총은 가이드라인 발표 전 열려서 3%룰을 적용하진 않았지만, 최대주주 외의 일반주주 동의를 확보하면서 특별결의 수준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했다.
대신증권 행보, 국내 증권사 IPO 대표주관의 새 궤적
덕산하이메탈이 자사 일반 주주들로부터 덕산넵코어스 상장 찬성 의결을 이끌면서 대신증권도 주목을 받았다. 대신증권은 덕산넵코어스 IPO 대표주관사로서 덕산하이메탈 주주 영향 평가 및 주주 보호 방안, 주총 준비 실무를 뒷받침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연초 중복상장 문제가 떠올랐을 때 ‘정면돌파’를 하는 쪽으로 덕산하이메탈과 뜻을 모았다”며 “덕산하이메탈의 일반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대신증권이 기업공개 주관을 맡은 또 다른 기업인 디티에스 상장 추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디티에스는 코스닥 상장사 다산네트웍스가 2013년 인수한 곳이다. 2023년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다산네트웍스는 대신증권의 실무 지원 아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주 대상 공식 간담회를 다섯 차례 열었다. 이때 디티에스 인수 이후 10여년 동안 경영 환경 개선에 힘썼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디티에스 상장이 다산네트웍스의 재무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다산네트웍스의 6월 임시주총에서 디티에스의 상장 추진 안건은 출석 의결권의 90.33%, 발행주식 총수의 46.5%의 찬성을 얻었다. 이 회사 역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전 주총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3% 룰’을 적용하진 않았으나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1 이상을 충족했다.
이렇게 대신증권이 자회사 상장에 대한 모회사의 일반 주주 동의를 지원한 선례는 향후 다른 증권사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PO 상당수가 상장 모회사의 자회사로 이뤄졌던 터라, 향후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공모금액 5000억원 이상의 대어급 IPO는 대체로 국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상장이었다. 2024년 최대 규모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주주 HD현대, 2025년 공모금액 선두 LG CNS의 최대주주 LG는 모두 국내 상장사다. 그 이전의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증권사는 이런 대어급 IPO 주관을 많이 따내는 것이 IPO 관련 기업금융(IB) 실적을 좌우해왔다. 예를 들어 KB증권은 2024년 대표주관금액 기준 증권사 3위였다가 2025년 1위에 올랐는데 LG CNS 대표주관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중복상장 이슈는 이미 증권사 IPO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 IPO 대표주관금액 1위였다가 2025년 9위로 떨어졌는데, 대표주관을 맡았던 국내 상장사 자회사 SK엔무브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중복상장 이슈로 상장을 포기한 영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