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장외주식시장을 전환하면서 등장한 '코스닥(KOSDAQ)'시장은 약 3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1996년 400여개에 불과했던 코스닥시장 상장사 수는 2005년 900여개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섰다.
이후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코스닥시장 상장사 수는 또 한번 대폭 늘었다. 1996년 438개였던 상장사 수는 2024년 1664개로 무려 280% 성장했다. 미국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하며 등장한 코스닥 시장은 이제는 어엿한 정규 주식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만큼 양질의 운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보다 쉽게 상장하는 시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실한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상장사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상장폐지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제도개선 요지는 간단하다. 문제 있는 기업을 적시에 퇴출시켜 건전한 주식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스닥시장 상장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인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제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 걸까.지금은 시총 40억원‧매출액 30억원 미달시 상폐
유가증권시장보다 완화된 기준(시가총액 500억원, 매출액 30억원 등)을 충족하면 상장이 가능한 코스닥 시장은 상장폐지 요건 역시 유가증권 시장보다 규제가 다소 느슨하다.
코스닥시장 상장폐지는 △매출액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법차손) △자본잠식 △자기자본 미달 △감사의견 △시가총액 △정기보고서 미제출 △거래량 △지분분산 △불성실공시 △지배구조 △회생절차 및 파산신청 △재무관리 위반 △기타 상장폐지 이유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
이중 이번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기준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 2가지다. 현재는 시가총액 40억원 미만인 상태가 연속해서 30일(영업일 기준)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들어간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연속 10일 및 누적 30일 이상 시가총액이 4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 형식적 상장폐지에 해당해 즉시 상장폐지된다.
형식적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경우는 감사인 의견미달, 부도‧은행거래 정지, 해산, 거래량 미달, 시가총액 미달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시가총액 미달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상장폐지에 해당한다. 따라서 시가총액 미달이 계속되면 해당 상장사는 이의제기 없이 곧 바로 상장폐지된다.
매출액 기준은 최근 사업연도(1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지주회사는 연결기준)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다만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상장사는 상장 후 5년 간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는다. 즉 2020년 10월(4분기)에 상장했다면 이듬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지 못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 받지 않는 것이다.
5년 유예기간이 지나서도 매출액 30억원을 넘기지 못한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그 다음해에도 매출액이 30억원을 못 넘기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해당 상장사를 주식시장에 놔둬도 되는지 일정기간 판단하고 상장사의 이의제기 또는 해명절차를 밟는 과정이다. 따라서 상장폐지로 직행하는 시가총액 요건보다는 매출액 요건이 어느정도 완화된 절차를 밟는다고 볼 수 있다.

왜 하필 '시가총액&매출액' 손볼까?
금융당국이 수많은 상장폐지 기준 중에서도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을 손보는 이유는 최근 이런 사유로 상장폐지된 코스닥상장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상장폐지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대표적 정량요건인 시가총액(시장평가 관련), 매출액(기업실적 관련) 2개 기준을 실효성있는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되어 있어 지난 10년 간 두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시가총액 40억원과 매출액 30억원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가 된 사례는 전무하다. 대부분이 감사의견거절이나 자본전액잠식, 한국거래소의 판단에 의해 기업의 계속성 등이 불확실해 상장폐지한 이유가 상당수였다.
그나마 2010년 신지소프트가 시가총액 40억원 미달로 상장폐지 됐고, 2012년 무한투자 역시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된 바 있다. 이 두건의 사례 외에 2010년부터 15년 동안 시가총액과 매출액으로 상장폐지 된 코스닥 상장사는 단 한곳도 없다.
시가총액·매출액 기준이 낮은 점도 있지만 전반적인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제도개선의 이유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나날이 늘고 있지만 문제가 있는데고 퇴출되는 기업들은 적은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사 수는 꾸준히 늘어 2020년 이후에는 평균 67개 기업이 상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본잠식, 감사의견거절 등 문제가 있는 기업들의 상장폐지는 평균 13건에 불과했다. 2029년까지 시총&매출액 기준 높여 적시 퇴출
시장의 평가(시가총액)가 낮고 매출액이라는 기본적인 기업의 운영요건도 맞추지 못하는 상장사의 적시 퇴출을 위해 금융당국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시가총액은 현재 40억원에서 △2026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까지 상향한다. 매출액은 2026년에는 현행대로 30억원 기준을 유지하다 △2027년 50억원 △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까지 높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연착륙을 위해 상향 목표치를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매출액은 시가총액에 비해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적응기간을 위해 1년씩 지연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액 기준도 시가총액 600억원을 넘기는 기업들에겐 면제할 예정이다. 가령 2027년 매출액 기준은 50억원인데 어느 상장사의 실제 매출액이 30억원 수준이라면 원칙적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다. 하지만 해당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600억원을 웃돈다면 매출액 기준을 충족 못하더라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성장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액은 낮은 기업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매출액 실적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당장 내년부터 상장폐지 위험에 놓이는 기업이 15곳(시가총액 미충족 5곳, 매출액 미충족 10곳, 중복제외)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어느 기업인이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즈워치가 지난해 3분기(누적, 별도재무제표 기준) 실적 및 지난 2월 25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총 1460곳(12월 결산법인 기준) 코스닥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당장 내년부터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은 12곳이었다. 2027년부터 적용하는 매출액 5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46곳이었다.
다만 기술특례기업의 매출액 면제, 2027년부터 적용하는 시가총액 600억원 면제 등의 혜택을 적용하면 매출액 미달 기업은 46곳보다 크게 줄어든다.
바뀌는 제도개선이 코스닥 상장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당국이 내놓은 제도 개선안에 허점은 없는 지를 후속 편에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