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방사청, 한화오션 처분 검토하는 이유

  • 2025.04.16(수) 17:51

KDDX 발표전 "한화오션, 행정처분 검토"
"선례 남을 수 있어…제재 필요성 검토"
"KDDX와 업체 제재는 완전 별개의 일"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자료=HD현대중공업

방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KDDX 수주를 노리는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면서죠. 방사청은 최근 "KDDX 개념설계 보고서 관련 사항에 대해 한화오션의 행정처분 여부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KDDX 결과 발표를 코앞에 둔 이 때 왜 이 발언이 나왔을까요.

방사청 "행정처분 검토"…한화오션 "종결 사건인데"

방사청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KDDX 기본설계 제안서를 제출할 때, 2013년 한화오션이 작성한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도표 등 27건을 무단 활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채 장기간 자체 보관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죠.

방사청은 이 사안에 대해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에 조사를 의뢰했는데요. 방첩사는 군사기밀보호법상 법적 구성 요건에 맞지 않고, 군사기밀보호법상 공소시효(10년)가 만료돼 '불입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통보받은 방사청은 '무혐의'가 아닌 '불입건'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업체에서 원본을 무단 보관하고 활용하는 선례가 남을 수 있어 행정청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무혐의가 아닌 불입건 결론이 나온 만큼, 행정제재 필요성과 처분한다면 어떤 법령으로 처분이 가능할지 내부 검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무혐의는 수사를 해보니 혐의가 없는 것이고, 불입건은 조사를 해보니 수사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자료 인용은 당시 자사의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 문제가 없고, 원본 제출을 하지 않은 부분도 해마다 방사청에 직접 검토를 받은 사안"이라며 "이는 3년 전 방사청 내부에서 보안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문제가 되지 않아 종결했던 사건이기도 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도 있는데요. 이 사건을 '문제없음'으로 종결한 해군 고위 간부가 한화오션 임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난 2021년 1월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었을 당시, 위원회를 주관했던 보안심사위원회의 한 인사가 지난해 4월 한화오션 임원으로 입사했다고 합니다. 한화오션은 입사 절차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신이 무혐의를 내린 업체에 취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죠.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임원은 공직 당시 업무와 연관성이 높은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대관담당 상무로 재직 중"이라며 "늘상 한화오션은 HD현대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사실상 본인들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오션 측은 "보안심사위원의 위원장은 직위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로, 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은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위원회 전체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는데요. 앞선 임원의 영입에는 문제가 없으며 HD한국조선해양 준법경영실장으로 영입한 사례가 진짜 윤리 훼손의 문제라며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자료=한화오션

하필 이 때…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 검토에 돌입한 시점이 오묘하기는 합니다.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했던 KDDX 사업자가 이달 중 결정될 수 있어서죠.

KDDX는 약 8조원을 들여 6000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죠. 통상 기본설계를 한 HD현대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를 수주하는데,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제안하며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불법 탈취'를 문제 삼아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사업 방식 선정은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심의가 완료된 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최종 사업자를 승인합니다. 방사청은 오는 24일 분과위를 열고 KDDX 계획안을 올리고, 30일 열리는 방추위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인데요. 사업방식 결정 전 한화오션의 불법 도용 문제가 제기된 것이죠.

일각에선 그간 방사청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분과위 민간위원들이 두 업체의 상생방안 등을 고려해 안건을 다시 내놓으라고 요구했는데, 방사청이 이를 반영하지 않아 분과위원들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알려지고요. 오는 24일 분과위를 앞두고도 수의계약에 반대한 민간위원을 개별 접촉해 설득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방사청은 KDDX와 한화오션의 행정처분 검토는 "완전 별개의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조 대변인은 "KDD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특정 업체의 제재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실상 방사청이 법적 검토를 마치는데 4~5개월은 소요되는 데다, 행정처분 이후 한화오션과의 소송이 이어지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립니다. 때문에 그사이 결정될 KDDX 사업에는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다는 거죠.

KDDX는 100%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국산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해군 전력 강화는 물론 국내 방위산업 기술을 세계에 알릴 기회죠. 계획대로라면 작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해야 했지만, 조선사 간 갈등으로 방사청이 판단을 미루면서 계속 지연되는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방사청이 이달 내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또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과연 오는 30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시죠.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