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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정기선, 韓조선 원팀 '맞손'…KDDX 공동 수주 길 열릴까

  • 2024.11.22(금) 16:33

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
HD현대重 "KDDX 신속 진행돼야"
한화·HD현대 '팀 코리아' 한 배 탈까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그래픽=비즈워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해 날선 공방을 펼치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갈등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경찰 고발을 8개월 만에 취소한 것인데, 그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두 기업은 이제 한국 조선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결단에는 평소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기업 간 화해 분위기가 흐르면서 KDDX 사업 속도는 물론 해외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에도 두 기업이 팀 코리아 원팀으로 합류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손 잡은 두 절친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취소한다고 22일 밝혔다.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화오션 측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고발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기업 간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날 고발 취소에 대해 HD현대중공업도 "늦었지만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K-방산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내 방위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K-방산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국내 조선업이 보유한 함정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이번 한화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에서는 방산 수출을 위해 '대한민국 원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이번 고발 취소와 관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하고, 글로벌 조선 시장이 중국의 수주량 독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 국내 대표 조선기업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공동 수주 길 열릴까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중공업

이번 고발 취소 결정으로 두 기업 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양사는 해외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잠수함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가지고 있어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KDDX 사업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해군은 2009년 KDDX 사업을 처음 계획했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2020년에는 HD현대중공업을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했다.

통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는 게 관행이지만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로 1.8점의 보안 감점을 받는 등 리스크를 지닌 만큼 방사청이 공동 수주와 같은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월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건조함 건조 업체 선정과 관련해 연내 결정 목표를 언급하며 공동 개발, 공동 건조 방식을 처음 언급했다. 예컨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초도함 두 척을 동시 건조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복수 방산업체를 최종 사업자로 지정해 동시 발주하는 선정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전례가 없을뿐더러 두 기업 간 과열된 경쟁 분위기도 한몫했기 때문인데, 이번 한화오션의 결정으로 일말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사실 방산 협력 의지는 지난 달 말 있었던 HD한국조선해양 컨퍼런스콜에서도 드러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함정사업에서 한화오션과의 관계문제를 짚으며 해외 방산 프로젝트의 경우 양사 협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 것인데, 이에 대해 최태복 HD한국조선해양 특수선국내영업팀 상무는 '팀 코리아'로 가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 상무는 "함정 사업은 안정적인 물량을 서로 확보해 기술 발전을 해나가고, 해외 사업은 팀 코리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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