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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동맹 균열에 엄포 놓은 한미반도체…득실 전망 '팽팽'

  • 2025.04.21(월) 07:30

TC본더 진출한 한화세미텍에 '특허침해' 소송
한화세미텍과 계약한 SK하이닉스엔 가격인상
경쟁력 증명 '기회' vs 최대 파트너 상실 시 '독'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순풍에 몸을 맡긴 한미반도체가 암초를 만났다. HBM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핵심 제조장비이자 한미반도체의 주력제품으로 떠오른 TC본더 시장의 경쟁이 심화한데다 최대 협력사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어긋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일단 한미반도체의 대응은 상당히 강경하다. 이런 태도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한화세미텍에 '또' 엄포 놓은 한미반도체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현재 한화세미텍과 TC본더 제품과 관련한 특허 소송을 진행중이다.

TC본더는 HBM 제조에 쓰이는 핵심 장비 중 하나다.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경쟁사들과 달리 HBM에 대한 장기간 투자를 지속해오면서 파트너인 한미반도체도 덩달아 경쟁력을 키워왔고 지금은 전세계에서 기술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기간동안 한미반도체는 HBM 제조용 TC본더에 대한 여러 특허를 획득하면서 시장을 장악해 왔는데, 최근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한화세미텍이 한미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에 소송에 나섰다.  

한화세미텍 측은 TC본더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라고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미반도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제조기업 중 가장 오랜 기간 TC본더를 제작했고 시장점유율 역시 압도적이다.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HBM3E 시장에서의 점유율만 90%에 육박한다. 한미반도체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범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히기 어렵다는 거다. 

한미반도체의 한화세미텍 견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20년 한화세미텍이 HBM용 TC본더 제작에 나서겠다고 밝힌데 이어 한미반도체 직원이 한화세미텍으로 이직하자 이들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한화세미텍이 한화그룹 지원 아래 관련 시장에서 세를 불리겠다고 밝히자 한미반도체가 공세를 강화했다고 본다. 

SK하이닉스에도 '욱'한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에 대한 한미반도체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실질적인 경쟁상대인 만큼 당연한 조치라는 평가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한미반도체가 최대 협력사인 SK하이닉스와 어긋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TC본더의 제품 단가 일부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반도체가 TC본더와 관련해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점, HBM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 역시 핵심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점에 견줘보면 가격 인상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게다가 한미반도체의 가격 인상이 단순한 경제 이론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에서도 TC본더를 공급 받기로 한 것이 한미반도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한미반도체는 사후서비스(A/S)도 유료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BM시장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가 공급 다변화 등을 위해 여러 협력사를 구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고 오히려 당연한 상황"이라며 "한미반도체가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점과 함께 시장 우위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본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한미반도체, '득'될까 '독'될까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의 최근 강경한 태도에 따른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득과 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단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의 손을 들어 한화세미텍과의 거래를 단기간 내로 종료한다면 한미반도체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동시에 명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HBM은 향후 수년간 전세계 최대 핵심 교역 품목이 될 예정이며 수요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핵심 장비인 TC본더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점이 재차 증명되면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반면,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최대 고객사를 잃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TC본더 제조기업들이 예년보다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한미반도체와 경쟁사 간의 기술력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현재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세 곳의 기업이 생산하는 중이고 이 중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70% 가량으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TC본더를 생산하는 세메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한미반도체의 기술력이 아쉬울진 몰라도 당장 파트너쉽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 결국 남는 기업은 마이크론 한 곳 뿐인데 경쟁이 과열되고 최대 파트너와의 거래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의 현재 상황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와 유사하다"라며 "하지만 지금 최대 파트너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한미반도체에게도 좋은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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