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사업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동안 일감 곳간을 책임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관련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을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지난 몇 년간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수주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리모델링을 포함한 도시정비사업 등 주택 시공권 확보 목표를 5조원으로 확 늘려 잡았다. 적극적인 수주전 참여도 과거 '래미안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경쟁사가 '물밑 작업'을 해둔 단지에도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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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8·방화6·대림가락 '사정권'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전날 입찰 마감한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에 단독으로 응찰했다. 장위8구역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85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3층~지상38층 아파트 284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지으려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지난달 31일 마감한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 입찰에도 참여했다. 방화6구역 재건축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608의 97 일대에 지하 3층~지상 16층, 10개 동, 총 55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5일 입찰을 마감하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에도 응찰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49층 아파트 12개동 1818가구 등을 건축하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는 약 1조310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1조5695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을 따내며 올해 첫 도시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과 광진구 광나루 현대 리모델링 등의 수주가 유력하다. 더불어 서울 한강변과 강남권 외에도 강북, 부산 등 수익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한 사업장을 따낸다는 목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초 수주한 한남4구역을 필두로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과 여의도, 성수, 압구정은 물론 서울 강북 지역과 부산 내 핵심 단지들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도시정비사업에서 단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래미안만의 차별적인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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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반도체공장, 주택서 만회
삼성물산의 올해 주택사업 수주(계약,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계획 승인) 목표는 2조원이지만 조합 등으로부터 시공사로 선택받는 것을 의미하는 '시공권 확보' 목표는 5조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 5년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서울 강남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며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을 재개했다. 그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은 1조487억원이었다. 이듬해 수주액은 9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늘었다. 2022년 1조8686억원, 2023년 2조961억원, 2024년 3조6398억원 등이었다.
이 건설사가 올해 '래미안' 브랜드의 주택사업을 크게 늘리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회사 실적을 지탱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발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이테크 부문 수주 공백을 주택 사업에서 채울 필요가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삼성물산 건설 올해는? '전자바라기' 탈피에 달렸다(2025년 1월23일)
삼성물산은 올해 반도체 공장 등을 포함한 국내외 하이테크 수주 전망액으로 6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전년도 수주액인 8조2000억원 대비 18.3% 감소한 수준이다. 하이테크 수주액이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2023년과 비교하면 45.1% 급감한 수치다.
이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이 삼성물산의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 수주 비중은 전체 수주 목표액(18조원)의 약 27%다. 지난해에는 20% 수준에 그쳤다.
최근 합병 관련 사법 리스크를 던 것도 대중적 영역인 주택사업에서의 적극 수주 행보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물산 측은 "하이테크 부문은 발주처의 투자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 및 상품 다변화를 통해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