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매입임대 주택은 LH 입장에서 살수록 손해다." - 국토교통부 관계자
정부가 주택문제 해결 '치트키'로 내세우는 매입임대 탓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실 시한폭탄'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입 규모가 늘어난 만큼 주택을 사들이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 임대 손실이 불보듯 하고 분양전환을 통한 수익 보전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택당국자가 하는 말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총 11만가구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신축 매입임대주택 중 10만가구가 LH 몫이다. 연간 2만가구 내외였던 공급 물량이 최근 큰 폭으로 늘었다. 든든전세, 기축 매입임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정부가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과 미분양, 전세사기에 따른 빌라시장 약세 등 각종 주택문제 해결 방안으로 '매입임대'를 꼽으면서다. ▷관련기사: [위기의 공공임대]④매입임대 '만능주의'의 끝은?(2024년 6월17일)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가 크다. 주택 매입 부담뿐 아니라 향후 임대 및 유지관리 손실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신축매입임대는 기존 건축임대 등과 달리 단지 규모가 작은 '나홀로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분양전환을 통한 자금 회수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늘렸다고?
10일 정부 및 LH에 따르면 올해 매입임대 가구(호)당 정부지원금은 1000만~3100만원 인상됐다. 매입임대 공급 물량이 늘면서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이한준 LH 사장을 주축으로 정부에 신축매입임대 지원단가 상향을 요구한 결과다.
지난해 매입임대 가구당 정부지원단가 비중은 66%였다. 나머지 34%는 LH가 메워야 했다. 올해는 70% 수준을 소폭 웃돌 전망이다. 정부지원단가가 5.1~7.3% 인상됐기 때문이다.
유형별로 보면 서울(최고가) 기준 △일반(1억4300만원→1억5200만원) △주거취약(1억6000만원→1억7000만원) △청년(2억5300만원→2억6900만원) △기숙사형(1억5000만원→1억6000만원) △신혼·신생아Ⅰ(2억8600만원→3억700만원) △신혼·신생아Ⅱ(4억6000만원→4억9100만원) △고령자(1억5000만원→1억6000만원) △다자녀(1억9500만원→2억500만원) 등이 상향됐다. 커뮤니티 지원금은 4억원이 그대로 유지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많고 경기, 인천, 대구, 부산 등 수도권·광역시별로 유형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된다. 그러나 LH의 일반유형 지원단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보다 낮다.
SH, GH 모두 서울, 수도권 지원금이 적용되지만, LH는 전국 평균단가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 공급물량을 70~80% 수준으로 늘리라는 정부 의지와는 온도차가 있다는 게 LH 내부 목소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금 사정이나 재정한계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LH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단기간 상향은 쉽지 않다"며 "다만 추후 계속 상향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 등과 관련해 재정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아니면 다세대'…운용손실 폭탄 우려
문제는 매입 손실만이 아니다. 신축매입임대 규모가 늘어난 만큼 임대 관리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운용하는 데다, 수선유지비, 기금이자 등 임대비용을 비롯해 관리 인력 등도 추가로 필요하다.
LH에 따르면 2023년 임대 운용손실(영구·건설·매입 등 포함) 규모는 2조2500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손실규모 1조2883억원과 비교하면 5년새 1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임대수익) 대비 손실률은 -94.3%에서 -141.8%로 47.5%포인트 악화했다.
LH의 임대주택 가구수는 2019년 120만3222가구에서 2023년 143만4913가구로 19.3%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145만9238가구를 기록했다. 올해는 운용해야 할 임대가구수가 전년 대비 6.5% 늘어난 155만4152가구로 예상된다.
매입임대 규모가 늘면서 이 같은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직접 이야기할 정도로 매입임대는 LH가 살수록 적자인 상황인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보다 운용손실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 손실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규모를 늘린 신축매입임대는 대부분 '나홀로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여서 차후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분양전환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건설임대는 단지가 커 그나마 관리비용이 적게 들지만, 매입임대는 개별건물이라 권역별 관리가 필요해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며 "매입 규모가 늘면서 관리비를 비롯해 유지관리 인력 충원 등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축매입임대의 분양전환 수요 여부는 정부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다만 대부분 교차보전으로 LH의 손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홀로 아파트가 많아 분양전환 수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입지 등을 신경 쓰고 있다"면서 "LH가 공공택지 개발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주거복지에 활용하는 교차보전이 가능해 임대 운용손실에 대한 보전 등은 별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불황으로 공공택지 수익에 따른 교차보전도 쉽지 않다. 경기 침체,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이 겹치면서 공공택지 매각 실적이 부진한데다, 최근에는 시행사들이 계약을 마친 공공택지를 반환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입임대는 건설임대와 달리 임대료 산정시 관리비가 빠진데다, 여러 곳에 산재해 운용관리비가 훨씬 많이 든다"면서 "공급 수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관리, 운용 등 후단의 자산관리 측면에 대한 인식이나 점검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매입 부담이나, 관리비뿐 아니라 공가(빈집)로 인한 손실이 늘어나는 것도 자산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공급대상(청년, 신혼부부 등)뿐 아니라 분양전환 시 장기적으로 누구나 살 수 있는 집이 되도록 중장기적인 관리 로드맵과 전문적인 자산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