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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 유예 끝났는데도 퇴출 '경고등' 수두룩

  • 2025.03.11(화) 07:20

[코스닥 상폐 점검]②매출액 미달기업 분석
12월 결산 1460개 코스닥 상장사 24년 매출 분석
매출액 30억원 미달 46곳…대부분 바이오‧기술특례
기술특례기업 매출 유예 5년 지났는데도 요건 못맞춰
매출액 충족 못해도 시총 600억 넘으면 구제 대상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선 기업경영의 계속성이 떨어지는 상장사는 주식시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문제 있는 기업들을 솎아내 한국 자본시장 전반을 밸류업(가치 제고)하고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상장폐지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중 하나인 연 매출액 기준을 2026년까지 현행대로 30억원 기준을 유지하다 △2027년 50억원 △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비즈워치가 12월결산 1460개 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을 연산환해서 분석한 결과 총 46개 기업이 당장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과 같은 매출액을 유지할 경우 내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받고 1년 뒤인 2027년에는 강화된 매출액 기준(50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다만 당장 많은 상장사들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 해당 상장사에 투자한 주주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마련해 둔 기술특례상장기업 및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면 실제 매출액 기준을 못 미쳐 관리종목 리스트에 올라갈 기업들은 이보다 적어진다.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해당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액주주 입장에선 제도개선에 앞서 어떤 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인지를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46곳 매출액 30억원 미만…바이오업종 다수

매출액 3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코스닥 상장사 1460곳(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3분기(누적) 매출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을 연환산한 결과 46곳 코스닥 상장사가 현재 상장폐지 기준 중 하나인 매출액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6곳 중 생물공학을 포함한 제약‧바이오업종에 해당하는 곳은 28곳이다. 전체의 61%에 달한다. 그 밖에 운송장비‧부품업, 출판, 일반전기전자, 의료정밀기기, 가정용기기 등을 만드는 업종도 있다.

매출액 30억원 미만을 기록한 곳들 중 매출액이 전혀 없는 즉 0원인 곳도 6곳에 달했다. 티움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메드팩토, 이노스페이스, 큐로셀 등 6곳은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액이 0원이었다. 누적 매출액이 없는 만큼 연환산 매출액도 0원으로 집계했다. 

매출액 0원은 아니지만 천만원대에 그친 곳도 4곳(신테카바이오, 샤페론,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젠셀) 있었다. 1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상장사도 10곳이다. 박셀바이오, 압타머사이언스, 차백신연구소,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이 해당한다. 

매출액 30억원 미만을 기록한 46곳 상장사들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46곳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들은 모두 전년도에 이어 계속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태였다. 

실제 매출액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액 0원을 기록한 티움바이오는 2023년에도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0억원, 당기순손실은 182억원을 내면서 회사가 돈은 벌지 못하고 비용만 쓰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 30억 미만 기업 80%는 기술특례

매출액 30억원 미만인 46곳 가운데 37곳이 기술특례로 상장한 곳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년 연속 매출액 0원을 기록한 티움바이오는 지난 2019년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연환산 매출액 0원을 기록한 파로스아이바이오, 메드팩토 역시 기술특례상장이다. 

다만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은 상장 후 5년간 매출액 요건 면제를 받는다. 즉 현재 매출액 요건인 30억원을 넘지 못해도 상장 후 5년간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를들어 2019년 상장한 티움바이오‧메드팩토, 2023년 7월 상장한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매출액이 0원이지만 각각 2024년, 2027년 재무제표까지는 매출액 기준을 유예받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매출액 유예 혜택을 적용하면 실제 매출액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25곳으로 대폭 줄어든다. 매출액 30억원 미만인 기업 중 기술특례상장으로 매출액 면제를 받는 기업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특례상장 가운데 △티움바이오 △메드팩토 △브릿지바이오 △신테카바이오 △박셀바이오 △압타머사이언스 △제이엘케이 △에스씨엠생명과학 △서남 △카이노스메드 등 10곳은 올해부터 무조건 3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내야 한다. 매출액 유예 기간이 2024년 재무제표를 마지막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는 매출액 요건을 반드시 맞춰야 하는 만큼 해당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회사 정관을 바꿔 다수의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티움바이오는 2021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을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 부동산 임대 및 관리업 등으로 넓혔다. 이후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천연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페트라온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시장은 티움바이오가 2025년 재무제표부터는 30억원 이상의 매출액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 화장품 제조기업을 흡수합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드팩토 역시 2023년 정기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부동산 매매 및 임대관리업을 추가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사업목적을 기존 유전자 관련 연구에서 데이터센터 운영 및 소프트웨어 공급 등 정보통신(IT)영역까지 확장했다.  

2027년~2029년 매출액 요건 미달하는 코스닥 상장사

매출액 기준 미달해도..시총 600억원만 넘기면 OK

기술특례기업이 받는 매출액 유예 혜택으로 상당수의 기업이 당장 내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매출액 30억원 미만인 기업들이 또 다시 관리종목을 구제받을 방법은 있다. 

금융당국이 2027년부터 시가총액 6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 요건을 면제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즉 매출액이 0원이어도 시가총액만 600억원을 넘으면 관리종목 지정을 면한다. 금융당국은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은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 충족 시 매출액 요건을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7년에도 2024년 연환산 매출액 및 현재 시가총액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노스페이스 △사피엔반도체 △아이빔테크놀로지 △펩트론 △앱클론 △부방 △아이진 7곳은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지만 시가총액은 600억원을 넘어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가총액 600억원 면제조건은 특히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희소식이다. 기존에는 매출액 요건을 맞추지 못해도 시가총액 4000억원을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받았는데, 2027년부터는 시가총액 면제 기준이 600억원으로 대폭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만 시가총액 면제적용은 어디까지나 2027년부터(2026년 재무제표 기준)다. 따라서 2026년 매출액 요건인 30억원을 충족하려면 이노스페이스 등 7개 기업들은 올해 무조건 매출액 30억원을 넘겨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써 인기를 끈 밥솥 쿠첸의 모회사 부방 역시 지난해 연환산 매출액은 27억원으로 올해는 무조건 30억원을 넘겨야 내년 관리종목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매출액 기준 높아지지만 시총으로 빠져나간다

당장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올라갈 매출액 요건에 맞춰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코스닥 상장사들도 여전히 많다.   

2027년 매출액 요건이 50억원으로 상향되는 시점에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한다면 총 35곳의 코스닥 상장사가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다. 대표적으로 CJ그룹 계열사인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23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연환산하면 2024년 한해 매출액은 32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금은 매출액 기준(30억원)을 충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2026년에도 3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한다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6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는 2027년부터 매출액 요건 미달 상황이 발생한다.

다만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25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1454억원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2027년부터 적용한다는 시가총액 600억원 면제조건을 적용하면 매출액 50억원이 넘지 않아도 CJ바이오사이언스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가까스로 상장폐지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한 신라젠 역시 지난해 연환산 매출액은 32억원 수준이다. 다만 신라젠 역시 2월 25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3365억원으로 600억원을 충분히 넘어서기 때문에 역시 매출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이밖에 2028년 매출액 요건이 75억원으로 올라가도 △강스템바이오텍 △인트론바이오 △테고사이언스 △안트로젠 △케이피에스 등 다수의 기업들은 2024년 연환산 실적을 기준으로 봤을 땐 매출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1000억원을 넘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 받는다.

다만 △애니젠 △셀레믹스 △나노브릭 △나노씨엠에스 △바이온 등은 2024년 연환산 매출액 기준 75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2027년까지도 이어진다면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다. 2월 25일 종가기준 시가총액 6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2024년 3분기 누적 실적을 연환산한 수치로 살펴본 만큼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회사 매출액을 끌어올리거나 시가총액을 600억원 이상으로 높인다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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