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출산 예정인 30대 최 씨는 첫 내 집 마련을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본인과 아내의 출퇴근이 편리하면서, 처가와 가까운 서울 내 지역으로 손품, 발품을 팔아봤는데요. 9억원 이하 아파트 중엔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저 금리가 연 1.6%라고는 하지만 맞벌이 중인 최 씨 부부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3.0%(30년 만기)로 이자가 썩 저렴하지도 않았고요.

외곽+구축+소형 아파트만?
지난해 출산율이 반짝 올랐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300명으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습니다.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어요. 다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1990년 초반생들이 결혼·출산 적령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출산이 몰린 일시적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정부는 결혼·출산 장려를 위해 다양한 주택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신생아 특례대출이 있습니다.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에 최저 연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대출이죠. 1주택자의 대출 갈아타기도 가능하고요.
최근엔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연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했어요. 덕분에 1년간 총 13조2458억원의 대출이 신청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정부는 소득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한 차례 더 완화할 계획이에요.
하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은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는 조건이 있어요.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약 67만가구로 집계됐어요. 노원, 구로, 도봉, 강서 등 외곽 지역에 주로 위치하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3억8289만원이래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1월 조사한 결과예요.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 대상은 평균 이하의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이죠.
면적 제한과 관련해선 국회입법조사처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의 중산층 신혼부부가 이용하기엔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며 "다자녀 가구인 경우 자녀 수에 맞는 방수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어요.
1주택 가구의 대환대출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40.8%입니다. 10쌍 중 4쌍은 집을 갖고 시작한단 얘긴데요. 수도권에서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한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고 이 대출을 이용해 서울로 이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건 가능하지만 '처분조건부' 갈아타기가 안 되거든요. '일시적 2주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집을 팔고 월세를 살거나 본가에 들어가 무주택 자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죠.

신생아특공?…저소득·다자녀 먼저
신생아 특례대출의 올해 순자산 기준은 4억8800만원 이하예요. 최대 금액인 5억원을 빌리면 9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죠.
대출을 받았다면 이제 빚을 갚아야 할 텐데요. 출산한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최 씨는 1년간 외벌이 신세가 됩니다. 육아휴직 급여가 연 1800만원에서 2310만원으로 올랐지만 원리금 부담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죠. '부모 함께 휴직' 시 월 최대 450만원까지 보전해 주는데요. 아직 많은 회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죠.
신생아 특례대출 말고 신생아 특별·우선공급으로 신축 아파트에 청약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지난달 분양한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75가구 가운데 15%를 신생아 우선공급으로 배정했어요. 맞벌이의 경우 부부 합산 월평균 소득이 840만원 이하여야 하네요. 경쟁이 발생하면 미성년 자녀 수에 따라 선정하고요.
공공분양인 '동작구 수방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별개로 신생아 특별공급을 두고 작년에 분양했죠. 추첨(10%)은 부부 합산 월평균 소득 14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우선공급(70%) 기준은 840만원이에요. 가구소득과 미성년 자녀 수, 납입 횟수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아야 당첨될 수 있어요. 부동산 2억1550만원, 자동차 3708만원 이하의 자산 기준도 충족해야 하고요.
소득은 적고 자녀는 많아야 하는데 자산은 적어야 한다는 기준을 맞추면서, 과연 10억원이 넘는 분양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애 셋 낳으면 20% 할인?…누가 키워요?
마지막 방법은 서울시의 '미리 내 집'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2탄인데요. 무주택 신혼부부가 임대주택에서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 거주하고,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제도예요. ▷관련기사: 둔촌주공 20% 싸게 사기?…신혼부부, 3자녀, 20년임대(feat. 시프트)(2024년5월30일)
소득 기준은 맞벌이 기준 1083만원 이하, 자산 기준은 6억5500만원 이하로 나름대로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선호 단지가 포함됐다는 특징도 있고요.
다만 일단 임대 입주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고요. 이 임대주택을 내 집으로 전환하려면 최소 2자녀를 출산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시세의 80%로 매수하려면 3자녀를 낳아야 하는데 현실적이진 않죠.
'왜 굳이 서울을 고집하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수도권에도 좋은 집이 있겠죠. 하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나가면 다시 진입할 수 없을 거란 두려움은 그간의 집값 상승을 통해 학습했거든요.
서울 외곽의 구축 아파트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육아에 전념할 시간이 부족해지고요. 학교나 학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자리 잡을 경우 결국 학군을 고려해 다시 이사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서울 '내 집 마련', 그래도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