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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유업계, 'A2우유'에 사활 거는 이유

  • 2025.02.05(수) 07:30

호주서도 A2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비싸
낙농업 위기 돌파 대안…FTA 대비 지적도

호주 대형마트 내 우유 매대에 A2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A2우유'라고 들어보셨나요? 국내 유가공업체들이 프리미엄 우유를 지향하면서 A2우유를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해 4월 'A2+우유'를 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유제품에 A2 원유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서 유한건강생활은 2019년에 호주산 A2우유를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고요. 연세유업은 2023년에 '세브란스 A2단백우유'를 출시해 출시 초기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A2우유가 일반우유와 무엇이 다른지 알아봐야겠죠? A2우유는 일반우유와 '우유 단백질 구성'이 다릅니다. 업계와 관련 논문 등에 따르면 우유 단백질은 카제인 80%, 유청 단백질 20%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서 카제인은 알파(α), 베타(β) 등으로 나뉘는데요. 이 중 베타 카제인의 유전자 유형이 다시 A1과 A2로 나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흰 우유는 A1과 A2단백질이 모두 포함된 반면, A2우유는 A2단백질만 함유하고 있습니다.

A2 우유의 개념은 1990년대 초반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호주에서 대중화됐다고 하는데요. 낙농업 선진국으로 알려진 호주에서 A2우유의 가격대는 어떠한지, 시중 입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낙농 선진국에서도 A2우유는 '고급'

얼마 전 호주 시드니와 골드코스트에 다녀왔습니다. 호주는 낙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국가로 유명하죠. 제가 묵었던 레지던스들은 모두 우유를 제공해줬는데요. 입실할 때부터 냉장고에 우유가 비치돼 있었습니다. 요청하면 재공급해주는 구조입니다. 통상 호텔들이 물은 제공해도 우유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 봤네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호주 보건부의 '호주 식생활 지침(Australian Dietary Guidelines)'에는 유제품(우유, 치즈, 요거트 등)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명시돼 있는데요. 이 때문에 기숙사나 공공시설에서도 우유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호주 가정에서는 우유를 필수 식재료로 여기기도 하고요. 호주에서는 플랫화이트, 라떼 등 커피에 우유를 곁들이는 문화가 발달해 우유 소비량이 높은 편입니다.

호주 대형마트 내 우유 매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여행 전부터 주변에서 호주에 가면 유제품과 소고기, 양고기 등을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봤습니다. 호주 현지 대형마트인 콜스와 울웍스에 방문했는데요. 처음 보는 외국상품들에 눈이 돌아가더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우유 매대였습니다. 'A2'라고 적힌 우유 제품들이 줄지어 비치돼 있었습니다. 5칸의 우유 매대 중 2칸에는 A2우유가 육안상으로 약 40%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A2우유를 집는 소비자들의 손길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A2우유는 일반우유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A2우유는 유기농, 락토프리 등 특징을 가진 제품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일반우유에 비해 가격대가 높았습니다. 일례로 'A2 밀크 컴퍼니'의 A2우유는 리터당 3.90호주달러(한화 약 3530원, 환율 906원)였습니다.

반면 호주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우유 브랜드 중 하나인 'FARMHOUSE Milk'의 일반우유 제품은 리터당 2.93호주달러였고요. A2우유가 일반우유에 비해 약 25%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호주에서도 국내에서와 같이 A2우유는 '프리미엄' 제품인 셈입니다.

국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 A2우유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한 것은 지난해부터입니다. 국내 유업체 1위인 서울우유가 A2우유 제품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아직 서울우유의 A2 우유 생산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2%가량에 불과합니다. 현재 하루에 생산되는 전체 우유 1900톤 중에 A2우유는 40톤밖에 안됩니다.

A2우유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합니다. 가격 자체가 일반우유에 비해 비싸기도 하고요. A2우유가 비싼 이유는 아직 A2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의 개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우유와 별도로 생산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더 든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A2우유와 일반우유의 차이를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 한국 대형마트 우유 매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

프리미엄이라는 A2우유는 일반우유와 다른 어떤 효능이 있는 걸까요? 일단 업계와 관련 논문들에 따르면 A1단백질이 우유에 포함된 경우 소화 불편감과 복부 통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BCM-7이라는 단백질 화학물을 생산합니다. 반면, A2단백질만 들어있는 A2우유는 BCM-7 생성량이 일반 우유의 약 3분의 1입니다. 이는 모유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A2우유를 마시면 우유 섭취 시 불편함을 완화할 수 있는 걸까요? 엄밀히 말하면 그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A1카제인의 유해성을 입증한 연구와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임상데이터도 아직은 많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A2우유 미는 이유

유업체들이 A2우유에 주목하는 것은 사실 국내 낙농업의 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백색시유(흰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에서 2023년 25.9㎏로 줄었습니다. 10년 전보다 1인당 흰우유 1.8㎏를 덜 마시는 셈입니다. 출산율이 줄어든 데다, 이제는 우유를 대체할 음료가 다양해진 탓입니다.

1인당 흰 우유 섭취량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입니다. 이후 순차적으로 유럽, 호주, 뉴질랜드 우유까지 무관세가 적용됩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바로 A2우유인 겁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부담'입니다. 2030년까지 전체 우유를 A2우유로 전환하겠다고 한 서울우유는 향후 A2 원유 생산 젖소 개체 수가 증가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호주, 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에서 A2우유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도 필요해보입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대형마트 매대는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국산 A2우유가 수입 A2우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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