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채 주스가 음료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헬시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건강을 위해 당분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스 브랜드들은 당분을 줄인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위기 타개에 나섰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주스의 한계
국내 과채 주스의 시장 규모는 해마다 축소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과채 음료 시장 규모는 2021년 6432억원에서 지난해 5681억원으로 줄었다. 3년 만에 약 750억원이 빠진 셈이다.
편의점에서 주스를 찾는 소비자들도 줄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음료 카테고리 매출에서 과채 주스의 비중은 7.2%에 불과했다. 건강기능음료가 22.1%로 가장 높았고, 커피(19%), 탄산(15.6%), 우유(14.4%)가 뒤를 이었다. GS25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탄산음료 비중은 20.2%였으며 에너지드링크와 차는 각각 8.6%, 8.8%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스는 7.8%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식품업계의 주스 매출도 속절없이 줄었다. '델몬트'를 운영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작년 주스 매출은 1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1% 감소했다. '자연은'을 선보이고 있는 웅진식품의 경우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다. 다만 3분기 주스 부문의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만큼 정체됐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주스 외 음료 부문들은 성장세다. LG생활건강의 작년 음료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1.0% 소폭 늘었다. '코카콜라 제로'와 '몬스터 에너지' 등 제로 탄산과 에너지 음료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도 '핫식스'와 '게토레이' 등 에너지 음료를 비롯해 스포츠·이온음료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성장했다.대안 있을까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주스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올해 개인 맞춤형 건강과 관련된 제품들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가공하지 않고 순수한 원물을 그대로 사용한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주스 시장을 재편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움츠러든 과채 주스 시장을 반등시키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과채 주스의 수요가 꺾인 건 건강과 연관성이 있어서다. 최근에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당류가 높은 음료를 마시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주스로 마실 경우 소화흡수 과정이 빨라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특히 오렌지와 같은 과일은 더더욱 당을 빼기 어렵다. 자체만으로도 당분이 함유돼 있어 이를 '제로(0)'로 만들기 쉽지 않아서다. 일례로 무가당 주스는 과일 그대로의 천연당이 사용된 만큼 당분 함량이 0g이 아니다. 여기에 제로 음료와 커피 등 주스를 대체할 만한 제품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장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채 주스는 업계 사이에서 몇년 전부터 구색용으로 가지고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며 "음료 시장에서 어려운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