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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도 '부익부 빈익빈'…달리는 '2강' 후진하는 '2약'

  • 2025.03.24(월) 16:17

CU·GS25 1만8000개 돌파
세븐·이마트24 지난해 역성장
순증 어려운 업황…매장 흡수 추세

그래픽=비즈워치

20년 넘게 이어 온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2강 2약으로 정리되고 있다. 업계 1, 2위인 GS25와 CU가 각각 1만8000개 이상의 점포를 확보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간 반면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나란히 점포 수가 줄었다. 2개 브랜드의 점포가 전년 대비 감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업계에선 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가…줄었어요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총 5만4852개로 2023년 5만4480개보다 0.1%(28개) 줄었다.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의 합산 점포 수가 감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점포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모든 브랜드들이 다 감소한 것은 아니다. 업계 1, 2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CU와 GS25는 지난해에도 700개대 순증을 이어가며 확장 기조를 유지했다. 양 브랜드 모두 지난해 점포 수 1만8000개를 돌파했다. 두 브랜드의 점포 수는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서 2만여 개의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수 있는 숫자다. 

편의점 4사 점포 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점포 수 감소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역성장에서 비롯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가 1만2152개로 전년 대비 1000개 가까이 감소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한 2022년과 비교하면 2000개 넘게 줄었다. 인수 당시 2600여 개였던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CU·GS25와의 물량 경쟁에 따라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점포 수만 보면 인수 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론칭 후 꾸준히 점포를 늘려 왔던 이마트24도 지난해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매년 순증 점포 수가 줄더니 지난해엔 500개 가까이 줄었다. 세븐일레븐과 마찬가지로 2022년 이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양사의 점포가 줄면서 이제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점포를 모두 더해도 CU보다 적다. 점포 수가 곧 실적이자 경쟁력인 편의점 업계에서 이 정도 격차는 치명적일 수 있다.

가는 곳만 간다

국내에 편의점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할 즈음만 해도 편의점의 최대 경쟁력은 입지였다. 어느 브랜드 편의점이냐보다는 얼마나 가까운 곳이냐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어디든 판매하는 제품은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눈에 띄는 신제품이 나오면 곧 경쟁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2010년대 편의점들이 제각기 특색있는 도시락을 출시하고 PB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편의점들이 단독 상품의 힘을 깨닫게 된 시기다. '백종원 도시락'을 좋아하는 사람은 멀리 있는 CU를 찾았고 '김혜자 도시락'을 원하는 사람은 GS25만 방문했다. 소비자들도 "편의점 가자"에서 "세븐일레븐 가자", "CU 가자"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 편의점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점주들의 '갈아타기'도 늘어났다.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5년 주기로 재계약에 나선다. 출점 제한도 다른 업종보다 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경쟁 브랜드로의 전환 유혹이 많다. 실제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점주들 중 매출에 불만이 있는 경우 편의점을 접기보다는 경쟁 브랜드로 옮겨 다시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에서 신규 점포 수만큼 중요한 지표가 타 브랜드에서의 전환 점포 수다. GS25의 경우 경쟁사에서 GS25로 전환하는 전환 점포 비율을 주요 지표로 공개하고 있다. 기존 GS25 점주들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비율보다 경쟁사 점주들이 GS25로 넘어오는 비율이 2~3배 높다는 식이다. 

이 경쟁에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불리한 지점에 있다. 신제품 PB 경쟁에서 밀려 매출이 감소했는데, 매출이 감소하니 점포가 줄고, 점포가 줄어드니 신제품을 내놔도 경쟁력과 파급력이 밀리는 악순환의 사이클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했고 이마트24도 노브랜드 제품 도입 등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 중이다. 

꼴찌의 반란

세븐일레븐의 경우 지난 2022년 미니스톱 인수에 따른 점포 확대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곧바로 이어진 부실 점포 정리 때문이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감소한 5조3277억원에 머물렀다. 점포 수 감소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부실 점포를 정리한 만큼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했지만 적자가 2023년 551억원에서 지난해 78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점포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 목표가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출점 기준을 강화해 고수익 점포 위주의 출점을 이어가고 적자 점포의 경우 전략적 폐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품 종류도 줄여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위주의 진열을 강조한다. 이미 벌어진 점포 수를 따라잡기 위해 부실을 키우기보다는 제자리에서 숨을 한 번 고르고 신발끈도 다시 동여매겠다는 생각이다.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한 이마트24 점포./사진제공=이마트24

점포 수가 세븐일레븐의 절반 수준인 이마트24는 정체성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론칭 당시 계획했던 손익분기의 기준인 점포 수 5000개를 넘겼지만 흑자전환은 요원하다. 2022년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23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도 298억원 적자를 냈다. 그 사이 경쟁사들도 무한 확장에 나서며 손익분기의 기준 자체가 높아졌다. 

상황이 다급해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이마트24의 정체성이었던 월회비 정책 대신 정률제 정책을 확대 도입하고 있다. 노브랜드 등 이마트의 PB 상품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노브랜드 상품을 도입한 이마트24 점포는 올해 초 기준 1000점을 돌파했다. 다만 정률제 도입은 이마트24 론칭 당시 강조했던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된 운영체계"를 뒤엎는 행보다. 초창기 사업 구상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노브랜드 판매 역시 이미 한 차례 시도했던 '중고 아이디어'다. 2017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브랜드명을 바꾸며 노브랜드 상품을 편의점에 도입했다가 당시 확장 중이던 노브랜드 전문점과의 상권 중복 문제가 제기되면서 1년여 만인 2018년 철수했다. 정용진 회장이 "뼈아픈 실책"이라고까지 말하며 전략 실패를 인정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편의점에 특화된 PB를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 지배적 위치를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경쟁이 어려운 하위권 사업자라면 상위 사업자와 차별화되는 특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며 "1위 사업자와 비슷한 전략으로 경쟁하려 하다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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