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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하는 시대, 사람은 집에 가야 하나요?

  • 2026.08.17(월) 11:00

연중기획[AX 인사이트 3.0] 금융 에필로그
AI 에이전트 도입 시대…AI는 동료일까 경쟁자일까
AI로 높인 '업무 효율' 사람은 '새로운 업무'와 '책임’
프로세스, 직무전환 등 대체 아닌 업무 '재정의' 목표 

"AI가 일을 다 하면, 사람은 뭘 하나요?"

지난 한달간 '연중기획 [AX 인사이트 3.0] 금융' 시리즈를 통해 5대 금융지주 AX(AI 전환) 전략을 이끄는 주인공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소 추상적이었던 AX는 올해 금융권의 생존 전략이자 경쟁력이 됐다. 

여신 심사, 상품 추천, 자산관리, 고객 상담, 보험 심사, 리스크 관리까지 이미 금융권 핵심 업무 전반에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다. 부서마다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붙이는 것이 올해 금융지주들의 공통 목표가 됐을 정도다. 

금융사 AI 에이전트와 고객 AI 에이전트가 서로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까지 처리하는 시대가 오면, 금융사들이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와 앱, 채널 경쟁력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위기감이 AX 전환 속도의 배경이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상원 금융보안원 원장, 김주식 NH농협은행 AI데이터부문 부행장,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 최용민 우리금융 AI전략센터장, 최혁재 신한금융지주 AX·디지털부문 부사장, 박형주 KB금융 AIDT추진본부장.

동료일까 경쟁자일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매번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AI가 일을 다 하면, 사람은 뭘 하나요"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부담과 압박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AI에게 은행원 사번을 줘야 하는 시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속도의 이면에 AI가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동료'를 넘어, 언젠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위기감이 따라붙었다. 이는 금융뿐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든 마찬가지일터. 신입이 실무를 배우며 쌓아온 경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5대 금융지주의 AX 책임자들의 공통된 답변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AI는 '효율', 검증과 책임은 '사람'이 

김주식 NH농협금융 AI·디지털전략부문 부사장 겸 은행 AI데이터부문장(부행장)은 "AI가 아무리 많은 일을 대신한다고 해도 고객의 내밀한 사정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AI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은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공통된 원칙이었다. 최혁재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효율의 영역은 AI가, 책임은 사람이 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모든 검증과 최종 판단은 100%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환각(Hallucination,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현상) 위험과 개인정보·보안 관리 책임도 함께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용민 우리금융지주 AI전략센터장은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영역을 확장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의 본질은 결국 고객의 신뢰 위에 있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반드시 사람이며, 이를 위해 사람이 반드시 결과물을 확인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면 업권 경계가 흐려질 수 있는데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판단을 돕도록 설계되는 만큼 금융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금융을 잇는 접점의 형태가 바뀐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라지는 자리? 새로 생기는 일감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AI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입은 결국 기존 일부 인력의 대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은 "AI 도입에 따른 임직원 감축 문제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는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임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능력을 향상시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의 A는 오토(Auto·자동)가 아니라 아티피셜(Artificial·인위적인)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그만큼 관리와 운영에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모으고, 오류를 걸러내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사람에게 새로운 일감이 된다는 얘기다.

박형주 KB금융·KB국민은행 AI·DT추진본부장은 KB금융의 AI DEV센터를 AI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새로운 개발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았다. AI가 설계와 코드 작성, 테스트를 맡고 사람은 결과 확인과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는 "AX는 기존 업무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경험과 업무 프로세스, 조직 운영 방식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이라는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박상원 금융보안원장은 "AI시대 경쟁력은 결국 자율보안체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가 핵심"이라며 "AI에이전트 도입으로 발생할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새로운 보안기준과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별로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AI는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 들어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을 다시 정의하려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재정의'가 모두에게 같은 속도,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쓰느냐에 따라 벌어질 격차, 그리고 그 격차 속에서 금융회사 혹은 각 개개인이 어디에 자리 잡을 것인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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