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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저는 반대합니다"…회의실에 들어온 신한금융 AI

  • 2026.08.03(월) 09:02

연중기획[AX 인사이트 3.0] 금융
최혁재 신한금융 AX·디지털부문 부사장 겸 은행 AX혁신그룹장
경영진 토론서 반론·대안 제시…AI '의사결정 파트너'로 
실행력에 방점…전직원 활용 'AI 네이티브 컴퍼니' 목표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로 금융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단순 고객 응대를 넘어 신용평가와 대출 심사 등 AI의 역할이 핵심 실무 영역까지 확장 중이다. 기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정보 보호와 금융보안에 대한 우려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 AX가 신뢰와 혁신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혁신의 최전선에 선 현장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금융권 AX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

"대표님, 저는 그 의견에 반대합니다." 

지난 7월3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 그룹 경영진 300여명이 모여 하반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던 회의실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최고경영자를 향해 거리낌 없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패기 넘치는 신입 직원도, 외부 컨설턴트도 아니다. 신한금융이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다.

이날 토론의 '레드팀'으로 투입된 AI는 발표와 토론 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반론과 대안을 제시했다. 사전 과제 피드백부터 조별 발표안 평가까지 포럼 전 과정에 참여해 토론의 객관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위계나 눈치를 보지 않는 AI가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온 것이다. 

'신한'이 사라질 위기?  AI를 일하는 파트너로

이번 경영포럼은 '2030년 신한금융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을 가정한 영상으로 시작됐다. 진옥동 회장은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에 뒤처질 경우 상품·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존재감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담겼다. 

회의실에 등장한 AI 레드팀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업무 자동화 도구를 넘어 AI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동료'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 최혁재 신한금융 AX·디지털부문 부사장 겸 신한은행 AX혁신그룹장은 신한금융의 AX 전략을 설계한다.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와 최고AI책임자(CAIO), 신한은행 AX혁신그룹장을 함께 맡으며 그룹과 은행의 AX를 하나의 축으로 이끌고 있다. 

최혁재 신한금융 AX·디지털부문 부사장 겸 은행 AX혁신그룹장

최 부사장은 "신한이 지향하는 AX는 궁극적으로 AI를 단순 질의응답 도구가 아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일하는 파트너'로 정착시키는 것"이라며 "직원들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과 고객 응대,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한이 사라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신한금융의 AX 전략은 '회사 전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전사적 혁신'이다. 현업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내 성과를 만드는 '사용자 주도형 AX'를 차별점으로 꼽았다. 

AI 기술 전문가가 아닌 최 부사장이 AX 전략 총괄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30년간 인사·리테일·디지털 분야를 두루 거친 그는 "기술적 판단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위임하되, 고객과 현장의 요구를 기술 조직과 연결해 비즈니스 성과로 전환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AX 혁신리더 100명…1부서 2에이전트

신한금융은 올해 그룹 AX 혁신리더 100명을 선발했다. 앞으로 3년 동안 1000명의 AX 핵심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직원 개개인이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를 잘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리더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AX 혁신리더는 현업 과제를 직접 발굴하고 AI를 활용한 해결 방식을 조직 전체로 확산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기획하고 업무 혁신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람이 판단하고 AI가 실행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문화를 조직 전반에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현장과 실행, 성과 도출을 강조하는 만큼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AI ONE 업무지식 QA 서비스'로 상품·규정 확인 시간을 줄였고, GPT 기반 수출환어음 매입 심사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객의 자산관리 현황을 분석하고 맞춤형 상담 정보를 제공하는 자산관리·고객관리 에이전트와 여신 리스크를 짚는 여신심사 에이전트도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서소문지점을 시작으로 신림동·둔촌이역·김포장기 등에 AI 창구도 넓히고 있다. ▷관련기사 : [SFS 2.0]AX로 바뀌는 신한은행 영업현장…"기술보다 현장이 답"(7월22일)

AI 활용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AI 상담지원 시스템 'AI-SOLa'와 생성형 AI 플랫폼 'AINa'를 운영 중이며, 신한투자증권도 AI PB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금융 AX, DX 추진 현황/자료='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췌

올해 상반기에는 '1부서 2에이전트' 프로젝트를 통해 부서별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는 문화를 확산했다. 서무·경리 에이전트, 약관·광고 AI 사전심사, AI 입찰 비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심사·영업·자산관리·내부통제 등 본업과 직결되는 버티컬 AI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에이전트의 수보다 업무시간 단축, 의사결정 품질 향상, 고객 가치 창출 등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전 부서가 본업과 직결된 에이전트를 운영해 전 직원이 AI와 협업하는 'AI 네이티브 컴퍼니(Native Company)'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효율은 AI, 책임은 사람이 

다만 AI가 책임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최 부사장은 "여신심사지원 에이전트를 활용한다고 해도 여신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판단은 100% 사람이 수행한다"며 "효율의 영역은 AI가, 책임은 사람이 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AI를 대고객 서비스보다 내부 업무에 먼저 적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 부사장은 "금융의 본질은 결국 신뢰인데, 금융 서비스에서 AI의 작은 실수나 오답은 고객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고객에게 완벽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기술 검증과 책임 체계, 보안 거버넌스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완화되는 망분리 규제에 대해선 "단순 규제 완화가 아닌 보안체계 전환의 계기로 본다"며 "자산 식별·취약점 관리·위협 탐지·대응 자동화를 아우르는 자율보안체계를 갖추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본격적인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면 금융회사의 경쟁방식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X 흐름에서 뒤처지면 고객이 신한이라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금융을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5년 뒤 신한이 그리는 미래는 화려한 AI 기술에 있지 않다. 회의실에서 거리낌 없이 반론을 제시했던 AI처럼, 모든 직원이 AI와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조직이 신한이 그리는 미래다. 반복·소모적인 업무는 AI가, 사람은 판단과 고객,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것. 최 부사장과 신한금융이 그리는 'AI 네이티브 컴퍼니'의 모습이다.

최혁재 신한금융 AX·디지털부문 부사장 겸 신한은행 AX혁신그룹장(부행장)은 1995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인사부 팀장, 서소문지점장, 디지털마케팅부 트라이브 리더(Tribe leader), 디지털전략부장을 거쳤다. 입행 21년차인 2025년 1월 은행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장(상무)을 맡았으며, 같은해 10월 신한은행 AX혁신그룹 부행장 선임과 함께 신한금융지주 AX·디지털부문 부문장(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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