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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기업대출 심사 초안 AI로 10초면 뚝딱…가계대출로 확대"

  • 2026.07.09(목) 08:00

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금융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 인터뷰
기업 이어 가계대출도 AI가…"심사의견 채택율↑"
"직원 참여 AI 자체 개발…은행 언어 이해할 수준으로"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로 금융권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단순 고객 응대를 넘어 신용평가와 대출 심사 등 AI의 역할이 핵심 실무 영역까지 확장 중이다. 기술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정보 보호와 금융보안에 대한 우려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 AX가 신뢰와 혁신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혁신의 최전선에 선 현장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금융권 AX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한다. [편집자]

"영업점에서 기업대출 심사의견서 초안을 작성하려면 재무현황부터 기업 평판 등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30분이 걸립니다. 지금은 AI가 재무제표, 기업 정보, 산업 동향 등 데이터를 분석해 심사의견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하는데 10초면 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상무)은 이같은 AX 도입 사례를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기업대출에 AI 의견서 초안 작성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달중 주택담보·전세·정책성대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출의견서 초안 10초로 단축…채택율도 높아

엄태성 그룹장은 대출 업무에 AI를 도입한 배경에 '비즈니스 우선'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 그룹장은 "통상적으로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은 해당 기술에 맞는 업무가 어떤 것일지 먼저 찾는다"며 "하나은행은 어떤 업무에 AI가 필요할까 찾은 후 이에 맞는 AI를 개발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영업현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항상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며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사안을 검토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그룹장은 AI 관련 업무를 맡기 전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지점장까지 거치며 영업 일선을 경험했다.

엄 그룹장이 영업 현장에서 AI 도입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조사한 결과 여신 업무라는 답변이 많았다. 현재 적용 중인 기업대출만 해도 재무 현황부터 기업에 대한 평판, 대출을 받은 이후까지 정보와 자료를 수집,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다. 차주 한명당 약 3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영업점 내 기업대출 심사 현장에서는 AI가 재무제표, 기업 정보, 산업 동향 등 데이터를 분석해 심사의견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성 시간이 약 10초까지 단축됐다. 엄 그룹장은 "업무 시간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AI로 생성된 의견의 채택과 활용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나은행은 6월부터 신용대출에도 AI 대출 의견서 초안 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반기에는 대출 업무 전방위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간다. 엄 그룹장은 "전세대출, 담보대출, 정책성대출이 있는데 종류마다 규정과 지침이 다르다"며 "각각 나눠서 (시스템을) 만들어 이달 웬만한 것들은 오픈하는데 업무 효율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넘어 고객으로…현업과 소통해 자체 개발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AI 적용은 여신 업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엄 그룹장은 "수신 업무도 스크립트나 고객 정보를 입력해서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지 AI가 보조해 주고 있다"며 "여기에 직원들의 경험을 붙이면 고객이 느끼는 상담 품질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 그룹장은 "하나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채널에서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AI가 상담하고 상품과 서비스 결정에 도움을 주고 최고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AI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에서 쓰이는 AI는 그룹 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융기원)에서 개발하고 있다. 융기원은 2018년 1월 설립해 AI 연금투자 인출기 솔루션, 비대면 AI 수출환어음매입 심사, 기술력 기반 머신러닝(ML) 모형 등을 하나은행과 함께 개발했다. 개발에는 기술자뿐 아니라 은행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엄 그룹장은 "대출 의견서 초안 작성은 현재 타행에서도 시행하고 있지만 외부 AI를 쓰고 있다"며 "하나은행은 직원들이 직접 만들었으며 외부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AI를 개발한 후 끊임없이 현업 부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디테일한 작업을 이어나간다"며 "업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직원들이 참여해 AI가 은행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AI 직원 대체? "상당 부분 사람 손길 필요…선순환 될것"

업무 내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향후 직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엄 그룹장은 "결국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의 A는 오토(Auto·자동)가 아닌 아티피셜(Artificial·인위적인)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아티피셜인 이유는 그만큼 관리와 운영에 있어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집을 예로 들었다. 엄 그룹장은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한 뒤 오류를 제거하고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은 아직까지도 상당 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 없이 AI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엄태성 하나은행 AI디지털혁신그룹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망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권 AX의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엄태성 그룹장은 "국내 금융권의 AI 활용 수준은 해외에 비춰봤을 때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며 "특히 망분리와 같은 규제들은 AI 활용 측면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엄 그룹장은 "규제 완화가 시행된다면 AI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며 직원의 생산성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고객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강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응해 보안과 기술을 동시에 갖춘 AX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태성 그룹장은 지난 1989년 하나은행(당시 서울은행) 양재동 지점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 및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맡은 것은 2000년부터다. 이후 2019년 데이터전략부장을 거쳐 2025년 디지털채널본부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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