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차량 5부제 할인 특약' 도입 언급. 4월 출시 시점 및 운영 방안 공개. 5월 출시 연기. 6월 특약 출시. 7월 차량 5부제 전면 해제.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의 운명은 이러했다.
금융권은 정부 정책에 맞춰 가장 먼저 움직이는 곳 중 하나다. 정책 방향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시스템을 손질하는 일은 금융회사의 몫이다. 문제는 정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됐다가 금세 방향을 틀면 그 비용과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최근 차량 5부제 특약이 보여준 결말이 대표적인 사례다.
차량 5부제 특약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탓에 유가가 치솟으면서 정부가 공공기관 차량 5부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만들어졌다. 보험업계는 정책 취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차량 운행일을 지키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당시 보험업계는 골머리를 앓았다. 기존 마일리지 특약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5부제 참여 여부는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지, 새로운 상품을 운영할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은 모두 보험사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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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출시 시점으로 제시된 5월 18일까지 상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실제 보험사가 5부제 특약을 내놓기 시작한 건 6월 초가 되어서다.
그런데 공공기관 차량 5부제가 해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5부제 할인 특약을 약 한 달간 추가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미 상품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특약을 한 달 더 운영하는 것은 정책 혼란을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는 데 그칠 뿐이다.
"일단 만들어뒀으니 다음에 또 활용할 수 있겠죠." 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은 씁쓸했다. 언젠가 비슷한 정책이 나오면 다시 꺼내 쓰면 된다는 이야기였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이번 특약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정책은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만 앞세워 상품을 만들라고 했다가 이후엔 별다른 설명 없이 정책을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 금융회사는 그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다시 접어야 한다. 결국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커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을 믿고 가입한 특약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 정책과 금융상품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은 장기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이다. 정책이 단기간에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어떤 제도가 오래갈지, 어떤 상품이 유지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차량 5부제 특약은 단순히 하나의 보험상품이 흥행하지 못한 사례가 아니다. 정책 검토는 부족한데 실행만 서두르는 정책당국의 '탁상행정'과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만나 시장에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정책은 발표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충분한 검토 없이 내놓은 정책으로 상품이 출시 한 달 만에 유명무실해졌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비용에 대한 책임 역시 정부가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