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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사 지각변동…비은행 '맏형' 자리 바뀐다

  • 2026.07.02(목) 08:24

비은행부문 확대 경쟁에 지주 내 입지 변화
증시 호황에 증권에 투자 집중, 신사업도 고민
계열사 순위 변동에 연말 인사 영향도 주시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증자, 지분투자 등으로 비은행부문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지주 내 계열사 입지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증시 호황에 힘입어 수익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증권에 힘을 싣는가 하면, 그룹 내 약한고리인 보험사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인수에 나선 곳도 있다. 아예 새 먹거리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업의 지분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는 곳도 나온다. 

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의 수익 비중과 위상 변화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그룹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 연말 5대 금융지주 CEO 84% 임기 만료…평가대 오른 CEO '곡소리'(6월16일)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가 일제히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KB금융은 은행과 함께 그룹의 한 축으로 성장한 증권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약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이달 약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KB금융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자로 KB증권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서며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요건을 갖추게 된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자금을 기업대출, 벤처기업, 회사채 등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통합 투자하고, 그 성과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투자 전용 계좌다. KB증권은 "IMA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는 한편, 모험자본 공급을 통한 생산적 금융 확대, 자본시장 및 발행어음 사업 수익성 제고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3.3% 증가한 3478억원(연결기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주 순이익(지배주주지분 기준 1조8924억원)의 18.4%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손해보험사를 제치고 올해 비은행 가운데 맏형으로 올라섰다. KB국민카드(1075억원)도 KB라이프생명(798억원)을 제치고 한단계 오르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순위 변동이 컸다. 

하나금융, 두나무 투자…가상자산서 활로

KB금융 등 경쟁 금융지주보다 비은행 '약체'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수년간 비은행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증시 호황으로 경쟁사들의 증권 계열사 존재감이 커지긴 했지만 하나증권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하나증권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하며 비은행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지주 내 수익 비중은 8.5%에 그쳤다. 하나캐피탈(535억원)을 제외하고는 주요계열사들의 순이익 성장이 크지 않으면서 비은행 계열사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하고 6월15일 지분을 취득했다. 비금융 강화를 위해 보험사와 카드사 M&A를 지속 검토해 왔으나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자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나무는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 시장점유율 1위인 업비트를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디지털자산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등 정통 금융사로는 활로를 찾기 어려워 아예 새로운 사업인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한금융, 흔들리는 '은·카·금·라'

신한금융의 경우 내부에서 통용되는 핵심 계열사 순서는 은행·카드·금융투자·라이프, 이른바 '은·카·금·라'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신한투자증권 순익이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1079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며 비은행 1위로 올라섰다. 신한카드(1154억원)와 신한라이프(1031억원)를 제치고 은행 다음인 2위에 자리했다. 신한카드는 순익이 줄었지만 비은행 2위는 지켰고 신한라이프는 1위에서 3위로 밀렸다.

증권 약진과 순익 감소가 겹치며 한때 은행 다음으로 꼽히던 신한카드의 지주 내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신한카드 사장 임기가 올해까지라 연말 인사를 보면 신한금융이 앞으로 카드를 어떻게 가져갈지 방향이 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한금융은 약점으로 꼽혀 온 손해보험 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만으로는 업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손보 사업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롯데손보 인수가 성사되면 비은행 계열사 안에서 순위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우리 보험 품고, 농협 증권 키우고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도 증권 계열사 성장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우리투자증권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키우기 위한 조치다. 곽성민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한다는 가정 아래 증자 필요성과 규모를 단계마다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 편입 효과로 비은행 계열사 순위 변동이 컸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한 번에 상위권에 들어오면서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비은행 순위표 자체가 바뀌었다. 우리카드가 올해 1분기 439억원으로 비은행 1위 자리를 지킨 가운데 새로 편입된 동양생명이 428억원으로 2위에 올라섰다. ABL생명도 121억원으로 5위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투자증권은 1분기 순익이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배 수준으로 불어났지만 경쟁 금융지주 증권사들이 많게는 3000억원대 순익을 거둔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카드·캐피탈·보험 등 포트폴리오는 짜였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체급이 작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농협금융도 NH투자증권에 1조원 넘는 자본을 보태며 체급 키우기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이 입지를 확실히 넓혀가고 있어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6500억원에 이어 지난달 4000억원 추가 증자를 결정했다. 확충한 자본을 바탕으로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앞세워 기업금융·모험자본 투자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2803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이며 NH농협은행(5577억원)과의 순익 격차를 1년 새 1600억원 넘게 좁혔다. 비은행 2위인 NH농협손해보험보다 순익이 7배 이상 많아 증권이 비은행 실적을 홀로 끌어가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농협금융의 비은행 순익 기여도는 올해 1분기 40%를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증권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확대 여력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은행 이자이익에 대한 반감도 커져 비은행 확대에 더욱 힘을 싣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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