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역대급 큰 장'이 설 전망이다. 올해 말 5대 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약 84.4%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각 지주사 회장들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달 올 상반기 실적이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각 계열사 CEO들이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CEO 10명 중 8명 연말 임기 끝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계열사 64곳 가운데 올해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CEO는 54명으로 84.4%에 달한다. KB금융그룹은 계열사 11곳 중 10명, 신한금융은 14곳 중 12명, 하나금융은 14곳 중 13명, 우리금융은 16곳 중 12명, NH농협금융은 9곳 중 7명이 올해 말 임기 만료 대상이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난 NH투자증권과 7월 임기 만료 예정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까지 포함하면 연중 임기 만료 대상은 56명, 비중은 87.5%로 올라간다.
금융권에서는 5대 금융지주 계열사 CEO 상당수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은행장 교체를 시작으로 계열사 전반에 인사태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반기 성적표가 나오는 7월부터는 계열사 CEO들의 성과 평가와 연임 여부를 둘러싼 셈법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은행장부터 비은행 수장까지 줄줄이 평가대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연임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차기 회장 선임 결과가 계열사 CEO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계열사 11곳 중 이환주 KB국민은행장,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등 10명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임기 2년 차를 맞은 이 행장 거취가 관심사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교체 시 핵심 자회사인 은행장 인사도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이 행장의 연임 여부 역시 차기 회장 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홍구 KB증권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 등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수장들의 추가 연임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2기 체제 첫해부터 대규모 자회사 CEO 인사가 예정돼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CEO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 전필환 신한캐피탈 대표 등 12명이다.
관전 포인트는 핵심 자회사인 은행과 카드다. 정 행장은 올해 말 첫 임기에 이어 2년 연임(2+2)까지 마치게 돼 추가 연임보다는 후임 구도에 무게가 실린다. 진 회장이 최근 AI와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4.9% 줄어든 데다 업계 경쟁 심화까지 겹치며 수익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진 회장이 경쟁사 대비 성과와 영업력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카드 부문 실적이 박 대표 연임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14곳 중 13명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 김용석 하나캐피탈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대표 등이 모두 연말 인사 테이블에 오른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2기 체제에서 비은행 강화와 밸류업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올해 1분기에는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이 그룹 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하나증권의 경우 과거 누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과 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인해 그룹 내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이는 향후 강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농협은 중앙회 영향력, 우리금융은 은행 반등 관건
우리금융은 계열사 16곳 중 12명이 올해 말에 임기 만료 대상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기동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범석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 등이 대상이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내달 임기가 종료된다.
임종룡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처음 맞는 대규모 계열사 CEO 인사라는 점에서 2기 체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5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줄며 NH농협은행(5577억원)에 추월당했다. 해외 사업도 부진하다. 정 행장으로서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통해 연임 명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NH농협금융은 계열사 9곳 중 8명이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과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올해 말 임기를 마친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절차 지연으로 현재까지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이 회사는 오는 30일 신재욱·배광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NH농협리츠운용은 이강영 대표가 지난 4월 취임해 이번 임기 만료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이번 인사는 범농협 차원의 고강도 인적 쇄신 분위기와 맞물려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이미 지난해 말 세대교체에 시동을 건 만큼 연말 CEO 인사는 그 연장선상이 될 전망이다. 최근 NH투자증권 차기 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사퇴 압박 폭로와 인사 표류 등 극심한 진통을 겪은 바 있어 연말 계열사 인사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강호동 회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도 변수다.

비은행 성적표 더 중요해졌다
비은행 부문 존재감이 금융지주 실적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5대 금융지주의 은행·비은행 부문 순익 합산 기준 비은행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7.1%(1조6122억원)에서 올해 1분기 32.9%(2조1866억원)로 높아졌다. 은행·비은행 합산 순익의 3분의 1 수준을 비은행 부문이 벌어들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계열사 대표가 첫 임기 2년을 맡은 뒤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 여부가 갈리는 이른바 '2+1' 관행이 자리 잡았다. 더욱이 은행 이익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각 지주 공통 과제가 된 만큼 연말 비은행 CEO 인사는 실적과 전문성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시선도 무시하기 어렵다. 금융권은 올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확대 요구에 맞춰 기업·혁신산업 자금 공급과 취약계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이나 이너서클 중심 승계 구조를 겨냥한 당국 문제의식이 커진 상태다. 각 지주가 올해 계열사 CEO 인사에서 '절차' 문제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금융지주 계열사 CEO 인사에서 1970년대생 대표들이 잇따라 발탁된 가운데 세대교체 여부도 관심사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