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 등의 장기연체채권을 넘겨받아 관리해 온 유동화회사들이 1조원 규모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한다. 20년 넘게 채권 추심과 회수 업무를 해온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도 청산 수순을 밟는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 추심 관행을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한 뒤 금융권 채권 정리 작업이 본격화하면서다. 이로써 약 10만8000명이 추심과 연체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요 유동화회사 출자자들과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새도약기금 대상 장기연체채권 매입 협의 결과를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금감원이 금융권이 보유·투자·관리하는 유동화전문회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보유한 유동화회사는 167곳, 보유 채권 규모는 5조9804억원에 달했다. 이 중 46곳에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인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연체' 채권 1조572억원이 몰려 있었다. 채무자는 약 11만3000명이다.
상위 3개사인 상록수(7235억원), 케이비스타(2817억원), 제네시스(258억원)가 총 1조310억원, 약 11만명의 새도약기금 대상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캠코는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채권을 보유한 유동화회사 중 제네시스를 제외한 45곳과 1조314억원 규모 채권 매입 협의를 마쳤다. 상록수, 케이비스타를 포함한 4곳의 채권 1조56억원은 이달 말 매입한다. 나머지 41곳이 보유한 채권(258억원)은 다음 달 말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면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중 장애인연금 수령자 등 취약계층 채무는 별도 상환능력 심사 없이 소각될 예정이다. 이외에는 상환능력을 심사한 뒤 개인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1년 이내에 빚을 없애준다. 상환 여력이 현저히 부족한 차주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의가 완료된 유동화회사 45곳의 채권 매입을 통해 약 10만8000명이 추심 및 연체이자 고통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 재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아직 매입 협의가 끝나지 않은 제네시스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록수의 경우 새도약기금 대상이 아닌 잔여채권 약 1300억원도 캠코에 매각한 뒤 청산을 추진한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하지만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에서 빠지면서 채무자들이 빚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관련 보도를 접한 뒤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비판했고 이후 정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관련기사 : 이 대통령 "원시적 약탈금융" 발언에 금융사 또 '화들짝'(2026.05.12)
이와 더불어 부실채권 유동화시장에 대한 감시·감독도 강화할 예정이다. 유동화시장은 자금시장 여건에 따라 과열될 수 있고 부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면 채권 가격 상승이 취약 차주에 대한 과잉추심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금융위는 면밀한 시장동향 점검과 필요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