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이하 상록수)'를 통해 보유해온 장기 연체채권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직격하자, 화들짝 놀라 정리에 나선 모양새다.
20년 넘게 이어진 추심과 대통령 공개 비판 이후에야 움직인 금융권의 대응을 두고 포용금융 책임론이 불거진다. 아울러 협약 밖 민간 특수목적회사(SPC)나 대부업체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까지 관리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30%),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 등 상록수의 주요 출자 금융사들은 상록수 보유 장기연체채권 중 각 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신한카드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카드, 국민은행, 국민카드 등도 매각에 동의하거나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는 지분만 남아 있고 잔액은 없는 상태"라며 "관련 사안을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재기 돕는다더니…20년 추심에 배당까지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상록수가 새도약기금에 참여하지 않아 장기연체 채무자들이 채무조정·소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직격했다. 새도약기금으로 채권이 넘어가면 추심이 즉시 중단되고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조정·분할상환 또는 채권 소각 절차가 진행된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의 신용 회복을 돕기 위해 설립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하지만 20년 넘게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이어오면서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취약차주의 재기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사들이 상록수에서 5년간 42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당국은 그동안 상록수 측에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새도약기금 가입은 어디까지나 금융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정부가 민간 회사의 협약 가입을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자율협약 한계…금융사 책임론도 부상
문제는 이번 상록수 채권이 정리되더라도 제도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협약 밖 민간 SPC나 대부업체가 장기연체채권을 계속 보유하면 해당 차주는 새도약기금의 추심 중단, 채무조정, 채권 소각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금융사들의 자발적 매각으로 정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유사 사례가 반복되면 자율 협약 방식의 한계가 다시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제도 보완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채권 관리를 강화하고, 새도약기금 편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금융사들의 포용금융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20년 넘게 추심이 이어졌고 대통령의 공개 비판 이후에야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채업자도 아니고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발권력을 이용해서 영업하는 측면도 있고, 면허나 인가 제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영업 못하게 제한해 혜택을 보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며 "필요하면 입법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