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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유가 10달러 시대..체감지수는?

  • 2016.01.25(월) 15:17

소비자들 "유가하락 효과 못 느낀다"
자동차 업계, 대형차 판매량 증가 기대

국제유가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 당 30달러 선에서 하방 경직성을 가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지만 수요 감소와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인한 공급 증가 등으로 배럴 당 20달러 선까지 밀렸는데요. 이에 더해 유가가 10달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유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인데요. 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은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국제유가는 우리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물론 원유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이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죠. 유가 변동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 삶의 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 휘발윳값 1000원 깨질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리터 당 10.4원 하락한 1391.9원, 경유는 14원 내린 1169.9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경유 가격은 2007년 2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이처럼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국제유가 약세 때문입니다. 특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공급과잉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인데요. 실제 이란은 제재 해제 후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만 배럴 늘리고, 6개월 뒤 추가로 50만 배럴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유가 하락의 여파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리터 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 비중이 워낙 높은 탓이죠. 지난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63%(872.9원)와 54%(635.6원)는 세금이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이유는 유류세가 제품가격이 아닌 판매량에 부가되는 종량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선으로 밀려도 제품에 붙는 세금이 줄어들지 않으면 석유제품 가격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 자가 운전자 "못 느껴요"

 

이런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이 느끼는 석유제품 가격 하락 체감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3년 전보다 제품 가격이 500원 이상 떨어져 기름값 부담이 줄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란 얘기죠. 실제 주유소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생각보다 싸지않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저유가 얘기를 많이 하는데 체감할 정도로 많이 내려간 것 같지는 않다”며 “휘발유 가격이 1200원 밑으로 떨어져야 싸다고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의도 K주유소에서 일하는 진모 씨(35)는 “기름 값이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기대하고 오는 손님이 적지 않은 데 실제 가격을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 화물차 운전자 "못 느껴요"

 

그렇다면 기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축에 드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기름값 부담은 어떨까요. 답은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 입니다. 오히려 기름값이 떨어지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화물차의 경우 기름값에 따라 화물 운송료가 결정되는데요. 기름값이 떨어지면 운송료도 동반 하락하는 것이죠.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 운송료는 기름값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어떤 사업장에선 운송료를 너무 많이 내려 운전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기름값이 떨어진다 해도 크게 반갑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 유니클로 더 싸질까

 

젊은 소비자들과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는 유니클로, 1000원숍인 다이소 등의 제품 가격도 더 싸지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유니클로는 의류 기획과 생산 유통 과정을 수직화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옷을 파는 SPA(Specially store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인데요. 

 

유니클로의 의류는 대부분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집니다. 폴리에스터는 PTA(고순도테레프탈산)가 원료이며, PTA는 기초 유분 중 하나인 파라자일렌(PX)으로 만드는데요. PX가 원유로부터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임을 감안하면 폴리에스터 역시 유가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PTA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과잉 상태라 가격 하락폭이 더 큽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장에서 구입하는 옷 값은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납품업체와의 계약 관계를 비롯해 인건비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제품가격을 원료가격 변동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없어서인데요.

 

유니클로에 폴리에스터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유가 변동과는 상관없이 초기 계약된 금액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저유가로 인해 가격이 변동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이소에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제품 가격은 원료 뿐 아니라 인건비, 운송비, 마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이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이 바로 떨어지긴 힘들다"고 말합니다.

 

# 유류할증료 0원이지만...

 

저유가로 항공권 가격에 추가되는 유류할증료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유류할증료는 지난 2005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항공사들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했는데요. 국토교통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류할증료는 MOPS(싱가포르 현물 거래가격) 기준, 국제선은 갤런 당 150센트 이상, 국내선은 120센트 이상일 때 부과됩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항공유 역시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유류할증료에 대한 부담도 사라졌는데요. 국제선의 경우 작년 9월부터 유류할증료가 없고, 국내선은 내달부터 유류할증료가 0원이 됩니다. 이는 유류할증료가 생긴 후 처음인데요.

 

유류할증료 부담이 사라지자 여행업계에선 여행객 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행 수요 증가는 환율효과와 저비용항공사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저유가 역시 무시못할 요인 중 하나"라며 "2년 전만 해도 미주지역이나 유럽은 유류할증료가 30만원을 넘어 부담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항공사들은 저유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실제 대한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탑승객은 270만3531명으로 전년(279만7396명)대비 9만3865명 줄었는데요.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수요는 계절과 경기, 소득 등 변수가 많아 유류할증료 감소가 수요 증가로 직결되진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 대형차만 씽씽 달린다

 

자동차 산업은 저유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큰 대형차 판매가 늘고 있어서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고급 세단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작년 말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죠.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초대형 세단 ‘EQ900'은 출시 이전부터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기아차 역시 7년 만에 풀체인지 K7을 출시하며 고급 세단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의 임팔라도 판매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르노삼성의 SM6도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형 세단은 물론 SUV 판매량도 크게 증가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누적 기준 국내 SUV차량 판매량은 40만1166대로 전년 동기대비 10만대 가량 늘었는데요.

 

SUV는 차체가 크고 무거워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습니다. 그럼에도 저유가로 인해 기름 값 부담이 예전보다 크게 줄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아차는 지난주 8년만에  한층 고급스러워진 ‘더 뉴 모하비’를 출시했으며 벤츠와 BMW 등 수입차들도 라인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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