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 CJ헬로가 3위 딜라이브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합병하면 단숨에 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업계 2위로 올라섬과 동시에 IPTV 입장에선 견제 대상이자 매력적인 매물도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CJ헬로-딜라이브 M&A 성공하면 업계 2위…관건은 '가격'
23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는 최근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실사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IPTV·위성방송 사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업계 점유율 2위로 올라선다. 현재 CJ헬로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13.1%로 KT·스카이라이프(30.5%%),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13.7%)에 이어 3위다.
CJ헬로가 딜라이브(6.5%)를 인수하면 양사의 점유율이 20%에 육박해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KT 계열을 위협하는 수준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M&A 성사의 관건은 '가격'이다.
CJ헬로는 딜라이브 가입자·시설 등의 가치를 평가한 뒤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3월 딜라이브는 서울 서초 방송권역을 다른 케이블TV 사업자 현대HCN에 매각하면서 가치를 슬쩍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가입자 5만1000명의 서초 권역을 335억원에 팔아 가입자 당 평균 단가는 6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딜라이브가 매각될 때 가격인 약 120만원보단 낮아진 것이지만, 지난 2016년 무산된 SK텔레콤-CJ헬로 딜의 약 45만원보단 높은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물론 알짜 권역인 서초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딜라이브 전체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딜라이브가 꺼낸 분할 매각 카드가 이번 딜에도 적용될지 관심이나, 회사의 공식 입장은 '전체 매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 CJ헬로, 매각 대상에서 주체로?…의견 '분분'
이번 딜의 추진에 대해 업계에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우선 CJ그룹 차원에서 옛 CJ E&M과 CJ오쇼핑을 CJ ENM으로 합쳐 글로벌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므로, 매각 대상이던 CJ헬로를 다시 키우려는 행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올해 1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이 나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으나, LG유플러스는 부인하지 않아 양사의 반응을 놓고 혼란이 일었던 점도 주목된다.
당시 CJ E&M·CJ오쇼핑의 M&A가 진행중이어서 그것이 완료되는 올 7월 이후 다시 CJ헬로 매각설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상한선을 33.3%로 하는 합산규제가 올 6월 일몰되면 상한에 근접한 KT계열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에 대응해 다른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되고, M&A에 경쟁이 붙으면 케이블TV의 매각가도 올라갈 것이란 계산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결과적으로 8월 들어 M&A의 조짐이 시작돼 이런 '설'은 표면적으로는 현실이 된 셈이다.
IPTV 업계에선 '매각 전 가격 높이기 전략'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6년 CJ헬로 인수에 실패했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나 올 초부터 케이블TV 인수 의사를 내비쳤던 LG유플러스가 CJ헬로-딜라이브 합병 법인을 인수하면 단숨에 KT를 따라잡을 수 있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이유에서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인수를 희망하는 쪽은 CJ헬로와 딜라이브 모두를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령 CJ헬로와 딜라이브 가치가 각각 1조원·7000억원 정도라면, 둘을 각각 살 때 1조7000억원이 들지만 통으로 사면 깎을 수 있다는 얘기로, 인수 가격 인상을 견제하는 주장이다.
반면, 일각에선 CJ헬로가 딜라이브까지 인수해 매력도를 올리면 오히려 매각가를 높게 부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로 권영수 부회장 시절 M&A 시도에 긍정적 표현을 감추지 않던 LG유플러스가 최근에는 조용하게 있는 배경도 관심이다.
업계에선 권영수 부회장 체제 말기에 M&A 대상을 CJ헬로에서 다른 케이블 사업자 티브로드로 넓혀 검토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와 관련 비싼 가격·CJ의 거절·티브로드의 매물 부상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이랬던 LG유플러스가 하현회 부회장 체제로 최근 바뀐 뒤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