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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예술'…게임 OST, 오케스트라로 들어보니

  • 2022.12.12(월) 15:38

문화예술로 법적 인정된 '게임'
국회서 게임 문화예술 콘서트

지난 9일 열린 '2022 대한민국게임포럼 게임 문화예술 콘서트'./사진=김동훈 기자

지난 9일 오후 5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둘 악기를 들고 무대 위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악보 앞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플래직'이다.

빽빽하게 늘어선 스탠딩 마이크 앞으로 합창단원들도 줄지어 들어왔다. 지휘자가 단상에 선 뒤 무대 전반에 침묵이 깔렸다.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국회의 일반적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게다가 무대 양옆의 대형 스크린에선 게임 영상이 나왔다. 웹젠의 MMORPG '뮤 온라인'이다. 국회, 오케스트라 그리고 게임이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게임 소개 영상이 끝난 직후 '뮤'의 메인 테마를 연주에 돌입했다.

"방! 방! 방!"

전투 부대가 행진할 때 날 법한 북소리가 연주자 두명을 통해 전해진다. 게임 속 영웅들의 힘찬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여성 소프라노의 솔로에 이어 합창이 울려퍼졌다. 

지휘자는 공중으로 폴짝 뛰었다. 오케스트라 좌우를 휘젓는 지휘자의 손짓과 연주자들의 눈빛이 긴박하게 조우하면서 곡은 클라이맥스를 향해갔다.

조승래 의원(왼쪽)과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이 지난 9일 열린 게임 문화예술 콘서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있다./사진=김동훈 기자

대한민국게임포럼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대표의원 조승래, 연구책임의원 장경태)이 공동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게임포럼 게임 문화예술 콘서트'에 참석해봤다.

이 행사는 지난 9월 게임을 문화예술의 범주에 포함하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게임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조승래 의원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이제 게임은 법률상 문화예술로 인정받게 됐지만, 아직 국민 인식이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 △넷마블 '제2의 나라' △스마일게이트 '로스트 아크' △엔씨소프트 '리니지W' △크래프톤 '배틀 그라운드' △펄어비스 '검은사막' △컴투스 '서머너즈 워' △카카오게임즈 '가디언테일즈' △넥슨코리아 '마비노기' △NHN '크루세이더 퀘스트' △네오위즈 'P의 거짓'의 주요곡 11곡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어봤다. 

음악들 자체도 감동을 주지만, 게임할 때 비대면으로 무심코 듣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자들과 대면하며 함께 호흡하듯 듣는 느낌은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란 장르 특유의 상상력이 PC나 스마트폰이 아닌 현실 세계를 가득 채우는 순간이기도 했다.

피아노 독주가 포함된 음악들은 특히 겨울밤 감성을 자극했다. 넷마블 '제2의 나라'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크 아크', 넥슨 '마비노기'가 대표적이다. 피아니스트의 눈빛과 손끝이 지휘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장면은 기존 게임 이상의 감동을 줬다. 리니지W와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해당 게임음악의 웅장한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인상이었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이번에 게임도 당당하게 종합문화예술로 인정받게 됐다"며 "새로운 창작자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게임 발전에 많은 도전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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