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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쟁과 공정경쟁

  • 2014.03.03(월) 16:20

대체로 강자들은 자유경쟁을 선호하는 반면에, 약자들은 공정경쟁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최강국 미국도 무역흑자 시대에는 자유무역(free trade)이 지구촌의 생산성을 확대시켜 인류의 후생증대에 이바지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자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되자 공정무역(fair trade)이 세계경제질서를 유지한다고 바꿨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중상주의, 자유방임주의 사상이 팽배하였으나, 탐욕스러운 독점기업의 폐해 같은 시장실패가 커지자 정부가 제한적으로 시장에 간섭하는 수정자본주의로 진화하였다. 정부실패 사례가 만만치 않게 일어나는데다 글로벌화로 무한경쟁 사고가 고개를 들면서 신자유주의가 물결이 일어났다. 그러나 힘의 불균형이 커지고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이로 말미암은 사회적 갈등으로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아졌다. 자유경쟁과 공정경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토대가 되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경쟁은 가격기구를 통하여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고 자원의 최적배분을 달성하는 완전경쟁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부당 공동행위, 담합, 독과점, 밀어내기, 끼워 팔기 같은 불공정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 예를들어 자금동원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공룡기업이 통닭을 생산원가보다도 싸게 무한정 공급하면, 길가 통닭집들은 저가공세, 물량공세를 견딜 도리가 없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영세 상인이 끝까지 버티다가는 `집도 절도` 다 빼앗기게 된다.


그리하여 시장을 통 크게 장악하게 되면 `공룡`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을 점차 올려 배를 불린다. 처음에 통닭 몇 마리를 싸게 사먹은 소비자들은, 결국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공룡기업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함께 독점이윤까지 물어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상당기간 생산자물가가 하락으로 원자재가격이 내렸는데도 초코파이, 새우깡, 빼빼로,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 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광경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회계시장에서도, 대형법인들이 전직 거물들을 모셔다, 잘디 잔 일감까지 싹쓸이하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견디지 못하는 소형법인들은 대형법인에 보따리 상인으로 입점하려 하지만, 단일조직이 아니어서 자칫 회계감사의 신뢰성이 우려되고 있다. 만약 소수의 법인으로 통합될 경우 감사 수수로 문제가 불거질지도 모른다.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기 쉬워 한 번 패배하면 다시 경쟁무대에 올라오기 어렵게 된다. 예컨대, 경쟁이 만능이라며 헤비급 레슬러와 플라이급 레슬러가 무차별 경기를 벌이게 하면, 결국 플라이급 레슬러의 (선수)생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실제로 `반칙`의 기술(?)을 구사하며 무한대로 치고받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면 대부분 헤비급 선수들만 남아서 재주를 부린다. 권투, 유도 같은 체급 경기에서 가능한 비슷한 몸무게의 선수끼리 경기를 벌이게 하는 것은 자유경쟁과 공정경쟁의 조화를 이루게 하여 낮은 체급의 선수를 보호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약자를 보호하여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은, 자선이 아니라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길로 사회나 국가의 도리와 책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일류호텔의 고급 요리사만이 아니라 청국장, 해장국, 수제비, 라면 끓이는 사람들 모두가 사회에 필요하다. "늙은 노새가 힘은 없어도 가는 길은 잘 안다"는 말도 있다.

그러면 국가와 기업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기업은 능력이 없거나 조직의 해가 되는 인물은 도태시켜야 강한 기업이 되겠지만, 국가는 못난 사람, 나쁜 사람, 심지어 미친 사람까지도 다 안아주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요양원도 필요하고, 교도소나 정신병원도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가 있을 수 없듯이 패자가 영원한 패자가 되지 않도록 다시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유경쟁을 보장하려는 나라일수록 공정거래 관련법들이 발달하고, 사회보장제도가 적정하게 발달한 나라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관찰해보자. 자유경쟁과 공정경쟁이 조화를 이루어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또한 확충된다는 이야기다.
 
▲ 다윗과 골리앗 (출처 : 생활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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