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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에 '휘청'…롯데의 뼈아픈 중국 탈출기

  • 2024.05.09(목) 07:00

중국 선양 롯데타운 매각 후 법인 청산 전망
투자금 날리고 눈덩이 손실까지 감당

롯데그룹이 중국 선양(瀋陽) 롯데타운 프로젝트 관련 법인을 정리하면서 사실상 '청두(成都) 프로젝트'만 남게 됐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공사가 멈춘지 약 8년여 만이다. 선양 프로젝트는 롯데그룹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그런 만큼 철수를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철수에 따른 후폭풍까지 롯데그룹이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선양서 완전 철수

롯데프라퍼티선양(Lotte Properties (Shenyang) Limited·롯데지산유한공사)은 롯데글로리프라퍼티선양(Lotte Glory Properties(Shenyang) Ltd.·롯데영광지산유한회사) 지분 100%를 중국 심양시 자회사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약 4500억원으로 추정한다.

롯데프라퍼티선양은 롯데그룹이 중국 동북지방 최대도시 선양에 롯데타운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홍콩법인이다. 롯데글로리프라퍼티선양은 롯데프라퍼티선양의 100% 자회사로, 선양에서 롯데타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현지법인이다.

롯데그룹은 선양 현지법인 매각과 함께 롯데프라퍼티선양의 청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롯데프라퍼티선양의 지분 37.2%를 보유한 롯데자산개발이 유상증자로 청산 자금을 마련한다. 롯데자산개발의 이번 유상증자에는 롯데지주가 참여해 1275억원을 출자한다.

재계 관계자는 "홍콩법인의 청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유상증자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드 부지 제공 후폭풍

선양 롯데타운은 롯데그룹이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당초 총 3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테마파크, 백화점, 대형마트, 아파트 등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 1단계 사업으로 백화점과 영화관을 완공한 후 테마파크와 호텔 건립을 진행하던 도중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2016년 사드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롯데가 당시 우리 정부의 요구로 성주골프장을 주한미군의 사드 부지로 내주자, 중국은 그 보복의 일환으로 선양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었다.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진행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지만 중국 특성상 정부의 허가 없이 공사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선양시는 2년이 넘게 흐른 2019년에 공사 허가를 내줬지만 롯데는 중국 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공사를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이 사업은 사실상 완전히 중단됐다. 이 탓에 롯데쇼핑도 지난해 선양 백화점 법인을 청산했다.

선양 롯데타운 조감도. / 사진=롯데그룹

이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롯데자산개발이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프라퍼티선양에 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2605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37.2%다. 롯데자산개발은 선양프로젝트에 초기 투자금액 외에도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럼에도 롯데프라퍼티선양의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롯데자산개발 보유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0'이 됐다.

롯데자산개발이 선양 프로젝트 중단 여파로 2019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롯데그룹은 롯데자산개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다른 계열사로 이관했다. 롯데몰 사업은 롯데쇼핑이, 공유오피스 사업은 롯데물산이 가져가는 식이었다. 현재 롯데자산개발은 사실상 청산돼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 외에도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 롯데프라퍼티선양에 투자한 롯데 계열사들 역시 이 투자 손실로 타격을 입었다. 이번 법인 청산에도 롯데지주가 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다. 선양 프로젝트 사업 중단 여파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청두사업 매각 추진

롯데그룹은 선양 프로젝트 외에도 중국 현지에서 벌이던 사업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이번 선양 프로젝트 관련 법인의 매각과 청산이 끝나면 롯데의 중국 내 사업장은 청두만 남는다.

롯데그룹은 청두에서도 선양과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중국 청두시에 아파트와 호텔, 백화점 등 상업시설을 넣은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선양 면적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약 1조원의 자금 투입이 예정된 롯데의 또다른 대형 프로젝트였다.

청두 롯데타운 조감도. / 사진=롯데그룹

롯데는 청두 사업을 위해 지난 2009년 지주사 형태로 홍콩에 청두HK(LOTTE PROPERTIES (CHENGDU) HK LIMITED)를 설립했다. 청두HK가 100% 출자한 현지법인 롯데프라퍼티청두((Lotte Properties (Chengdu) Limited)도 세웠다. 롯데는 1단계 개발인 아파트 분양과 입주를 마치고 백화점도 개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국 정부 탓에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2022년 롯데백화점 청두점과 청두 관련 법인들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다. 청두HK는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청두 사업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경기가 침체돼있는 데다, 매각이 장기화할수록 롯데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낙점, 해외 사업을 재편 중이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쇼핑몰, 대형마트, 영화관 등을 결합한 롯데몰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롯데의 중국 사업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라며 "계속 유지할 수록 손해인 만큼 하루 빨리 정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 대신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려 중국 사업에서의 손실을 메우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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